마음꽃밭-김은숙 등 17인·고두미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손길'·'부끄럼주의보' 등 다섯 권의 시집을 발간한 김은숙 시인이 가족 16명과 함께 공동 집필한 '마음꽃밭'을 최근 출간했다.

'고 김교선 추모 문집'이 부제인 이 책은 15년 전 66세로 세상을 떠난 김 시인의 부친이 남긴 사랑을 김 시인 등 가족 17명이 마음자리에 새기며 추억한 글의 모음집이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선친과의 이별로 인한 아픔, 그로 인한 상처와 치유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가족이란 무엇이고 어려움 속에서 가족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김 시인은 꼭 해야겠다며 평소 수첩에 기록해 놓았던 계획 가운데 '부친을 추모하는 글을 올해 가을 쯤 책으로 내기'를 실행에 옮길 생각이었다.

그러던 중 34년 교직 생활을 마치고 지난 2월 명예퇴직한 뒤 퇴임 기념으로 동생과 그 아들, 김 시인과 그 아들 등 4명이 3월에 떠난 이탈리아 여행길에서 부친 추모 글 작성을 함께하면 어떻겠냐는 김 시인의 제안을 모두가 반김에 따라 여행에서 돌아온 다음달 초 다른 가족들에게도 참여를 요청하면서 '글 모음'이 시작됐다.

고인의 아내이자 김 시인의 모친을 비롯해 고인의 동생, 처제, 처남, 맏이(김 시인)부터 다섯 째, 사위 2명, 조카, 손자 3명과 손녀 2명 등이 글을 보내왔다.

그렇게 모인 글의 1부는 김 시인 어머니 세대의 글, 2·3·4부는 김 시인을 비롯한 5남매 세대의 글, 마지막 5부는 고인인 할아버지를 기억하는 손주 세대의 글로 나뉘어 실렸다.

서문에서 김 시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를 떠올리면 일순간 모든 것이 정지되거나 와르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슬픔 속에서도 누군가는 일어나야 했고 누군가는 부축해야 했다. 모두 아픈 가운데에서도 누군가는 사랑을 줘야 했고 누군가는 위로 받아야 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의연한 버팀목이 돼야 했다. 아버지의 큰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온 우리 가족은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보듬으며 서로의 존재와 사랑에 의지해서 여기까지 온 듯하다. (중략)  아버지가 일구신 우리 가족 마음의 꽃밭, 향기로운 추억의 숲을 함께 공유하는 일을 준비하는 내내 내 마음이 훈훈하고 즐거웠다. 아버지의 눈길이 이 책에 머물며 오래도록 마음 따뜻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는 한 가지 소망을 보태며 아버지 81세 생신 선물로 이 책을 바친다"고 썼다.

전 청주민예총 12대 지부장인 류정환 시인은 "고인을 이렇게 간절하게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가족들에게 이른바 '저세상'이란 '기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고인에 대한 기억을 공유하며 행복의 꽃밭을 이룬 가족들, 고인에게 이렇게 흐뭇한 선물이 또 있을까."라며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그들의 꽃밭에선 슬픔조차 영롱하고 향기롭다. 누군가 이 글들을 읽는다면 이 세상에 꽃밭이 그만큼 넓어지는 일이 되리라 믿는다"고 평했다.

우리문고 문화공간 '우리'의 기획자로 인문학 독서모임을 개최하고 있는 김 시인은 고인의 생일인 오는 19일 집필에 참여한 가족들과 함께 81세 생신 선물로 이 책을 갖고 고인이 잠들어있는 목련공원에서 합동 참배를 할 예정이다.

김 시인은 "몇 권의 시집을 낸 것보다 이번 책이 주는 감동이 더 크다"며 "책을 읽던 가족들이 여러 번 울기도 웃기도 했는데 사실 책을 쓰면서 우리들이 더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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