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카이스트 원자력학과 전공 선택 0명 쇼크를 보면서 느끼는 감회가 침울하다. 전 학기 전공 선택 자 725명 중 5명만 원자력양자공학을 선택했다. 2학기 전공 선택 자 94명 중 원자력양자공학 선택 자가 0명으로 추락했다. 탈 원전 정책 때문이다. 앞으로 원자력인재양성 란으로 기술속국을 면치 못할 게 자명하다.

정부의 탈 원전 드라이브가 시작된 지 1년 만에 미래 원자력 인재 양성이 토대부터 무너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원자력 전공자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마저 나온다. 학문 후속 세대의 이탈 행렬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는 “올해 상반기에 전공을 선택한 학부생 중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 진입 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이스트는 매년 신입생 전원을 학과 구분 없이 단일학부로 뽑아 가르친 뒤 1년에 두 차례(1학기·2학기) 2학년에 진학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원하는 학과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올 2학기 2학년 진학 예정자 94명 중 원자력 및 양자공학 전공을 선택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로써 지난해 하반기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전공에 지원한 5명이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2017학번의 총원이 됐다. 이는 학과 역사상 현행 단일계열 체제를 도입한 후 가장 적은 숫자다. 2012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지원자가 한때 격감한 시기를 제외하면 매년 20여 명 내외가 선택해왔다. 학생들은 전기전자공학부 등 상대적으로 유망한 전공으로 몰리고 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입생 중 전기전자공학부 진학자가 차지하는 비율도 14%에서 23%로 급증해 학과 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국내 원자력공학과 설치대학 13개 대학 중 서울대, 한양대, 중앙대 등 주요 대학 원자력공학과 역시 상황이 비슷한 추세다. 그나마 있는 학생들마저 ‘탈출 행렬’이 나타나고 있다. 원자력 분야 전공 학생이 줄어들면서 ‘기술 속국’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전 에너지 분야는 기술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인적 자원의 질이 절대적이다. 서울대 원자력 공학과 1학년 정원 32명 중 반수 등의 이유로 휴학한 학생이 4명에 이르고 있다. 남아있는 학생들 중에도 전기 전자 금융공학 등 유망 학과로 진로변경을 모색하고 있다. 중앙대 에너지 공학부는 매년 100명 중 20명을 원자력공학과로 선발하는데 1지망 원자력 선택 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일선교수들은 이미 원자력을 포기하는 쪽으로 사회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원자력에 대한 연구현장도 침울한 표정이다. 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원자력 분야 연구개발추진방향을 ‘원전 안전해체 기술 활용’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학과 연구기관에서의 신규원전개발연구는 사실상 올 스톱 상태다. 원자력 연구비가 소폭 상향 되었다 해도 원자력 안전 분야에 집중 지원되고 있다. 세계 원전 시장을 주도하던 4세대 신형원전개발연구는 정체된 상태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미래 산업으로서의 가치도 높다. 원전의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 독자적 기술과 무사고의 경험을 유지한 국가는 한국, 프랑스, 미국뿐이다. 이점을 간과하지 않길 바란다. 정부차원에서 무너져가는 원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방안을 재강구하길 촉구한다. 무너져가는 원전을 그냥 눈뜨고 볼 수 없다. 장기적인 미래 원자력인재양성에 정부차원의 대책을 강구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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