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후반기 국회를 이끌어 갈 원구성이 하나 둘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 의장은 17일 70주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연말까지 여야합의안 도출을 주문했다. 이를 지켜 본 국민들은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우려의 시선 또한 교차했다.
국민의 80%는 개헌을 재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가며 이번에는 국회가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한 문 의장의 발언은 일부 야당들의 동조로 일단 분위기 띄우기에는 성공한 모습이다.
좌와 우, 진보와 보수, 여와 야 모두 이분법 진영논리에 빠지게 되는 주요 원인이라며 작금의 정치권을 질타한 자체는 공감하지만, 그동안 국회가 보여준 모습은 민생과 정치, 그 어느 곳에도 방점을 찍지 못했다.
남북과 북미정상회담 등 숨막히는 국제정세와 지방선거 등에 묻힌 개헌문제가 필요성에 공감했지만, 전반기 국회는 국민의 열망에 그 무엇하나 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개점휴업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국회가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공개로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문 의장의 개헌 주장에 군소 야당이 힘을 싣는 모양새여서 주목된다. 실제 이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개헌 등 논의를 주제로 문재인 대통령에 영수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민주평화당 이용주 원내대변인도 새 시대에 맞는 새 헌법 마련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고,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정의당이 개헌 시계를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최선 다할 것이라며 개헌의지를 드러냈다.
국민개헌넷 또한 헌법이 제정된 지 70년 동안 국민이 참여해 주권자의 목소리를 직접 반영하는 방식으로 헌법이 개선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적폐청산과 성 평등, 소수자 권리 보장, 사법개혁,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을 위한 촛불의 열망이 담긴 개헌이 기필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비대위까지 구성해가며 자구책 마련에 나선 자유한국당이 언제, 어떤 모습으로 공론화 장으로 나설 것인가에 있다. 연내 개헌을 반드시 이룰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 하겠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대표 권한대행의 발언이 비대위 체제 당론으로 이어질 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야는 당리당략에 따라 협상카드를 주고 받은 전례가 허다하다. 후반기 원구성이 그렇고, 크고 작은 민생경제법안이 그랬다. 심지어는 드루킹 특검도입 때도 진실규명의 차원보다는 지방선거의 유불리를 먼저 따지기에 바빴다.
이 같은 차원에서 문 의장을 필두로 여야가 공감한 개헌카드는 더 이상 여야간 셈법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필요성에 공감했다면 일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그에 부합한 내용을 담아 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셈법에 따라 국민의 여망을 뒷전에 두는 정치는 더 이상 국민의 신뢰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