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올바른 결정이란 결정자체가 아니라 결정이후 실행에서 나온다. 하버드 행동심리학 강의에서 피터린치 교수가 학생들에게 시험문제를 냈다. 어느 살인범이 사형판결을 받았다. 판사가 그에게 3개의 방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선택의 기회를 줬다. 첫 번째 방에는 칼을 든 망나니가 있고 두 번째 방에는 불길이 활활 타오르고 있으며 마지막 방에는 3년 동안 굶은 사자 몇 마리가 있다. 살인범은 그중 어느 방에 들어갈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그 죄수라면 어느 방을 선택하겠는가? '3년동안 굶은 사자 몇 마리'는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해진다. 하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말이 안 된다. 사자가 3년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어떻게 살아남는단 말인가? (하버드행동심리학 강의/웨이슈잉 지음 박영민 옮김에서 발췌)

사람들은 어떤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 과거의 경험이나 고정된 사고방식에 따라 판단하고 선택한다. 이를 '사유의 공식'이라고 한다. 피터린치 교수가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사유의 공식'을 깨는 것.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사유의 공식을 깨고 자기 행동을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우리가 내리는 모든 결정은 '생각을 정리'해서 이뤄진다. 이런 생각이 과거의 경험이나 고정된 사고에 머문다면, 결정으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결혼이란 결정에 대해 생각해 보자. 불과 한세대 전(30년 전쯤)만해도 '결혼은 나이가 들면 당연히 하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 4일 충청지방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충북 남성 70.6%, 여성 59.7%가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4년이 지난후인 2016년에는 남성 62.2%, 여성 50.1%가 이런 결정에 동의했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4년 후엔 '결혼하지 않겠다' 는 비율이 절반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 당연히 생각했던 결정이 오늘, 그리고 미래에는 당연하지 않은 결정이 된다. 생각의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과거에 머물거나 미래를 대비하지 못한다. 어떤 일을 결정하는 것은 마무리가 아니라 시작이다. 결혼을 하지 않겠다 혹은 하겠다고 결정하면, 그 결정은 삶을 사는데 또 다른 시작점이 된다.

항상 생각하고, 그 생각을 정리해서 결정하자. 다만, 그 결정이 최종 마무리는 아니다. 오히려 그 결정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첫 시작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자.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은 중요하다. 다만, 올바른 결정을 내리기 위해 무한대로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일 수는 없다. 오랜 시간동안 생각했던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 되지 않을 때도 많다. '장고 끝에 악수'라는 격언도 새겨보자.

시간이 촉박하다고 틀린 결정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내공이 쌓여있고, 준비가 잘 돼 있다면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릴 이유는 없다. 오히려, 바른 결정이든 바르지 않은 결정이든 지금 내린 결정이 후에 올바르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공을 들여야 한다. 결정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든, 그렇지 않든 그 결정이 올바른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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