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애
청주ymca 정책사업팀장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그것이 지나치면 싫증으로 변해버리고 처음에 시작할 때는, 처음에 마음에 다가올 때는, 처음에 나를 사로잡을 때는 '이번은 정말 최고야, 절대 싫증내는 일은 없을꺼야' 자부하지만, 어느덧 익숙해져 가고, 그 익숙함은 처음의 그 느낌을 더욱 소중하게 만들어 준다. 그러나, 그 익숙함마저 익숙해질 즈음, 이제 그 익숙함이 싫증으로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실증은 미움과 무관심으로 변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몇해 전 이제껏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만족감으로 다가왔던 너. 짙은 검정색의 멋드러진 외모를 자랑하던 검정 뿔테 안경.

이 녀석을 몇년째 사랑하고 있다. 그 사이 몇번 새로운 녀석들을 장만해 보았지만, 너는 그리 쉽게 싫증이 나지 않았다. 어떤 녀석도 너를 대신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요즘 부쩍 너에게 싫증을 느끼는 나를 발견한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나를 깔끔하게 비쳐지게 했던 네가.. 이제는 나를 멍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지고, 그것이 지나치면 실증으로 변해버리고, 그 싫증이 미움으로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을 만나고, 수십가지의 사물을 접하면서, 때로는 새로움에 반하고 조심스러워 하고, 때로는 너무나 익숙해져서 조금의 마음도 주지 않고 대하기도 한다.

사랑을 할 때도 그렇다. '헤어지자', '왜?', '너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애.'

사랑, 인연은 시작하는 것보다 지켜나가는 것이 더 힘들다. 오랜 사랑, 오랜 만남이 주는 그 익숙함과 편안함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또한 좋아지는 감정보다,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성숙함이 있어야하지 않을까?

오늘도 나의 눈이 되어주는 고마운 친구인데, 그런 친구에게 싫증을 느끼다니 아직 나는 간사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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