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윤 변호사

[정세윤 변호사]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 독일을 상대로 승리하였다. 지난 6월 28일 F조 조별리그 최종에서 피파(FIFA)랭킹 57위인 한국은 56계단이나 높은 피파랭킹 1위인 독일에게 2대 0으로 승리한 것이다. 독일은 우리나라를 다득점으로 승리할 경우 16강에 올라갈 수 있었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었고, 우리나라 또한 비록 16강 진출은 실패하였지만 유종의 미를 보여주고자 투혼의 힘을 발휘하여 지난 월드컵 우승자인 독일에 맞서는 상황이었다.

객관적인 전력을 놓고 보았을 때 대한민국은 57위이고, 독일은 1위이다. 더군다나 독일은 디펜딩 챔피언이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대다수가 독일의 완승을 예상하는 분위기였고,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불법 도박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전 재산을 독일의 완승에 베팅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등한 경기가 펼쳐졌다. 대한민국 선수들의 눈빛은 달라져 있었고 몸놀림은 빠르고 힘이 넘쳤다. 시간이 갈수록 대한민국 선수들의 투지가 넘쳐났고 최선을 다하려는 열망이 엿보였다. 대한민국 선수들은 이날 모든 것을 보여주자는 각오로 축구를 한 듯 보였고, 이는 결과로 나타났다. 물론 기록지에 나타난 공 점유율을 보면 독일이 압도적이었다. 독일은 점유율 72%를 기록해 28%에 그친 대한민국의 두 배가 넘는 시간 공을 점유했다. 이러한 수치상 기록에 의하더라도 독일의 일방적 공격에 우리가 육탄방어로 막아낸 눈물겨운 절박함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대한민국은 1승 2패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독일전의 승리를 통해 16강 진출보다 훨씬 의미 있는 축구 역사를 썼다고 생각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넣은 세 골 모두 후반 추가시간에 나왔는데, 90분 동안 사력을 다하고도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선수들의 투지에서 팬들은 위안을 얻은 것에 큰 의의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포기하지 않으면 내 삶도 달라질 거란 가능성도 확인한 것 역시 큰 수확이라고 볼 수 있다.

스웨덴, 멕시코 전의 패배를 통하여 얻은 절실함, 모든 것을 잃은 마당에 후회 없는 최선의 경기를 하자는 의지, 그 결과로 나타난 언저리 타임에 두 골을 넣으며 전차군단 독일을 격침시킨 승리에, 세계는 놀랐고 우리 또한 믿기지 않는 승리를 지켜 본 것에 이번 월드컵의 의의를 둘 수 있다.

물론 박지성 해설위원의 "한국축구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 필요가 있다. 여기엔 희생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앞으로 우리나라 축구 발전을 위해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점이 많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을 통해 얻은 승리의 '절실함'의 교훈만은 반드시 얻고 가야 하겠다. '절실함'은 세계 1위도 굴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이번 월드컵을 통해 실제로 보여주어서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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