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밸런스토피아(최문갑·좋은땅)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대형 이슈로 등장했던 미투(#MeToo)와 그 전의 세월호, 촛불 집회 등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

최근 발간된 책 '밸런스토피아'에서 저자는 미투 문제의 경우 가해자들의 추락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성과 감정, 육체와 정신의 균형 상실이 하나의 요인일 수 있다고 본다.

세월호 참사도 우선은 물리적 구조 측면에서 배의 상층부만 증축하고 하부의 평형수 관리에 소홀해 배가 균형을 잃어 가라앉은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리더십의 어처구니없는 난맥상을 드러낸 '박근혜·최순실 사태'(촛불사태)도 교훈은 비슷하다. 우리 헌법의 맹점인 '제왕적 대통령제'로 인해 대통령에게 너무 많은 권한이 집중됨으로써 '균형'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들 대형 사태가 우리 사회를 엄청난 충격과 혼란에 휩싸이게 했다는 점에서 거대한 '쓰나미'와 같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 같은 '쓰나미'가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밀려올 개연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소득의 극단화, 즉 불균형의 심화로 흙수저·금수저 논쟁이 계속되고 청년실업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등에서도 갈등이 심화하고 있으나 균형 잡힌 정책은 아득하기만 한 상태라고 진단한다.

이처럼 사회의 각 분야에서 중심을 잃고 우왕좌왕하다 침몰하며 불행을 겪는 관행이 확대·재생산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개의치 않는 점이 더욱 안타깝다는 저자는 이 같은 불균형의 심화가 언제, 무슨 사태를 부를지 모를 정도로 심각하며 실상은 부정적인 속성의 거대한 '쓰나미'가 우리 속으로 파고든지 오래라고 말한다.

그 예로 우리나라가 불명예스러운 자살률 세계 1위를 10여 년째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이라며, 이는 개인과 사회의 심각한 균열이자 비극이라고 설명한다.

얼마 전 서울을 방문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한국은 집단 자살 사회"라고 한탄한 사실을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이 같은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답으로 '밸런스토피아'(Balancetopia)를 제시한다.

'밸런스토피아'는 밸런스(Balance)와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다.

균형의 가치를 제대로 성찰·구현한다면 한국사회, 나아가 지구촌은 한층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며 모두가 동경하는 유토피아(이상향) 같은 삶의 터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은 이 같은 균형의 가치를 재인식해 정치권의 경우 이제 어느 한 쪽에 붙박이로 고착화한 이념의 한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쪽에서도 인간의 끝 모를 탐욕이 자제돼야 함께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불균형성이 심각한 우리 삶의 문제에도 파고든다. 다방면에 걸친 극도의 이기주의, 가정의 위기, 사회 신뢰 추락 등의 현 주소를 짚어본 뒤 극단이 아닌 이해·양보·배려의 가치 제고가 절실함을 제기한다.

저자는 "유토피아는 말 그대로 이상향일 뿐이어서 성취할 수 없다"면서 "더구나 인간사회와 자연의 균형은 오랜 세월에 걸쳐 망가져왔기 때문에 단시일 내 회복은 어렵다"고 설명한다.

인간의 환경 파괴로 인한 지금의 미세먼지 문제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그러나 균형의 회복이 절박함을 깨닫고 마음과 행동과 습관을 하나하나 바꿔간다면 세상은 조금씩이나마 달라질 것이라고 말함과 동시에 대변혁 시대를 맞아 균형 잡기에 소홀하거나 무감각했다간 거대한 변화의 쓰나미에 휩쓸려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시사평론가, 대학 출강, 강연 강사 등으로 활동 중인 최문갑은 대전, 부산, 대구, 광주, 강원 등 5개 지방 신문의 공동 뉴욕특파원을 지냈다.

전북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은 고려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충남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기자 시절 한국기자협회의 '한국기자상'을 받았으며 KTV국민방송과 지역 KBS·MBC·CMB 등의 토론회·세미나 등에 사회자와 패널로 단골 출연했다.

400쪽.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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