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김종탁 충북보건과학대 교수] 전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러시아 월드컵은 프랑스의 최종 우승으로 막을 내리면서 또 다시 4년의 기다림과 마주하게 됐다. 우리 대표팀의 멋진 경기력으로 16강행을 고대했지만 역시나 세계축구의 높은 벽을 실감하면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따라 발전과 퇴보의 기로에 서 있다.

스웨덴과 멕시코에 연패할 때까지만 해도 대표팀을 둘러싼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으나 세계랭킹 1위의 우승후보 독일을 제압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언론이 한국의 독일전 승리를 대회 최고의 이변이라 화제로 삼았고, 미국 야후 스포츠는 이 경기를 러시아 월드컵 명장면 2위로 선정했다. 부진에 대한 자책과 국민들의 비난이 선수들로 하여금 ‘죽기살기’로 뛰게 만들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한국축구의 근본 문제가 선수들의 막판 불꽃투혼 뒤에 숨어 은근슬쩍 넘어갈까 우려된다. 분명 한국축구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실패한 대회이다. 2회 연속으로 16강 진출에 실패했고, 월드컵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한 것은 20년 만의 일이었다. 우승국 프랑스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점유율 축구’의 흐름을 대신해 이탈리아식 압박수비와 네덜란드식의 빠른 역습을 접목해 아트사커를 창출하는데 성공했다. 스포츠에서 영원한 강자도 패자도 없다지만 파괴적 혁신을 이룬 자에게 패권이 주어진다는 교훈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결국 우리는 지난 브라질 대회에서의 처참한 실패 이후, 절치부심 명예회복을 다짐했지만 똑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고 말았다. 여러 측면에서 개혁이 제기되는 이유들이다. 대대적인 변화와 개혁이 뒤따르지 않으면 4년 뒤, 또 그 4년 뒤에도 달라질 것이 없다는 우려와 함께 한국축구는 이미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는 것, 세계축구의 흐름에 역주행 중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축구협회를 비롯한 모든 축구인들은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이 아주 많다. 4년이란 시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두 번의 월드컵에서 연이은 실패를 만회해야 하는 과제와 함께 축구에 대한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또한 아시아의 맹주라는 우쭐함보다 세계축구의 변방이란 현실을 직시함이 마땅하다. 우리 선수들의 기본기가 유럽이나 남미의 축구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일본이나 이란, 사우디 등 아시아권 선수들과 비교에서도 턱없이 떨어진다. 기본기가 부족한 상황에서 선수들의 투혼만으로 버텨내기에는 월드컵이란 무대의 벽은 높고 두텁다.

그렇기에 한국축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K리그의 활성화와 유소년축구의 육성, 협회의 체질개선 등 원점에서 다시 시작함이 마땅하다. 4년마다 되풀이되는 투혼과 성토의 축구를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고 지속성 있는 원팀 만들기를 통해 4년 동안 확실한 팀 컬러를 만들고 경험을 쌓아 도전해야만 전세계 강호들과 겨뤄볼 만한 최소의 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비록 쓰리고 아프지만 그간의 월드컵 성적은 우리의 실력이 여과 없이 반영된 결과임을 인정해야 한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실력이 부족했다는 것이고 응당 올라갈 팀은 올라가고 떨어질 팀은 떨어진다는 진리를 거스를 수는 없는 것이다. 협회를 중심으로 하루빨리 현실을 직시해 실패의 원인을 뼈저리게 분석하고 재정비하면 된다. 그리고 국민들은 잘할 때 박수를 쳐주고 잘 못했을 때는 질책대신 위로와 기다림으로 함께 즐기면 된다. 이것이 두 번의 월드컵대회에서 역주행 중인 한국축구가 멈추는 길이고 회생할 유일한 탈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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