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대입수능시험은 모든 대입수험생들에게 가장 공평하고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이 공평하고 평등한 시험제도인 수능시험 때문에 가장 큰 고통을 당하고 있다.

1년에 단 한번 실시되는 이 시험은 결코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모두에게 똑같은 기회를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각도 안 된다. 몸이 아파서도 안 된다. 집에 큰일이 생기는 것도 그날만큼은 허용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이유로 시험을 응시하지 못하거나 평소보다 성적이 잘 나오지 못한다면 그는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짊어지고 다음 해 시험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어떤가? 너무 공평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가하지 못할 정도로 깔끔하다는 생각이 드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이와 같은 지나친 표준화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커다란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사람들은 다양한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 재능들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어떤 재능은 지금의 사회적 트렌드와 맞물려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그것은 좋은 재능으로 평가받고 그렇지 못한 재능은 별 쓸모없는 재능으로 평가된다면 그것을 우리는 공평한 사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

우리 몸에는 다양한 지체들이 있다. 각각의 지체들은 다양한 생김새만큼이나 활동 영역도 다양하다. 손이 하는 역할이 다르고 발이 하는 역할이 다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이 발 더러 ‘너는 하는 일이 나보다 하찮으니 별 쓸모없는 지체다’라고 말하지 못한다.

“몸은 한 지체뿐만 아니요 여럿이니 만일 발이 이르되 나는 손이 아니니 몸에 붙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써 몸에 붙지 아니한 것이 아니요 또 귀가 이르되 나는 눈이 아니니 몸에 붙지 아니하였다 할지라도 이로써 몸에 붙지 아니한 것이 아니니 만일 온 몸이 눈이면 듣는 곳은 어디며 온 몸이 듣는 곳이면 냄새 맡는 곳은 어디냐...... 눈이 손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거나 또한 머리가 발더러 내가 너를 쓸 데가 없다 하지 못하리라”(고전 12:14-21)

다양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일수록 더욱 다양한 일들을 감당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 지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더 공평하고 평등한 시험제도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재능을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진짜 공평한 사회는 모두가 똑같은 음식을 먹는 사회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필요한만큼 먹을 수 있는 사회야 말로 진짜 공평한 사회가 아니겠는가?

지난 6월 14일 장애인 단체가 지하철 휠체어 탑승운동을 진행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20여 명은 휠체어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이로 인해서 지하철 1호선 신길역에서 시청역 구간은 10~30분 정도 지연되기도 했다.

장애인들은 자신들에게도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달라고 외쳤고 일반 시민들은 장애인 탑승으로 인한 열차시간 지연 등의 불편은 또 다른 차별이 아니냐며 반박했다.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재능과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단순히 표준화 혹은 평준화의 기준을 들이미는 것 역시 옳은 일은 아닐 것이다.

모두가 손이며 누가 앞을 볼 수 있겠는가? 모두가 발이면 냄새는 누가 맡고 또 소리는 누가 들어야 하는가?

각자의 영역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오늘날 우리의 삶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만큼 이제라도 이와 같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역시 사회적 차별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어렵지만 우리가 가야할 길이다. 힘들지만 피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행복한 길이며 서로가 하나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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