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정종학 전 진천군청 회계정보과장] 올 여름 더워도 너무 더워 심신이 지쳐있다. 시원한 바람에 몸을 식히려고 피서지를 찾아가고 있다. 맹위를 떨치는 폭염을 물리칠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고 싶은 심정은 남녀노소 한결같다. 더위를 이겨내려면 시원한 물이 흐르고 그늘이 있는 곳이 최고이다. 물속에 있는 그 순간만큼은 덥다는 감각 자체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명의 시작부터 어머니 몸속 양수에서 성장하며 친숙해 왔다.

무더위에 들뜬 마음을 안고 자연이 원시 상태인 지리산을 가며 나리꽃의 예쁜 미소까지 감상하였다. 보석 같은 구룡폭포에 도착하니 더위를 피해온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숲속의 맑은 공기와 청아한 물소리에 시원한 느낌이 가슴속 깊이 스며든다. 늘 푸른 소나무도 물소리의 선율에 더해 피톤치드와 솔향기를 뿜어낸다. 계곡 중간의 쉼터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마련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수정처럼 맑은 물에 온 몸을 풍덩 풍덩 담글수록 더욱 시원해지며 마음도 상쾌해졌다.

울창한 계곡에선 자연의 소리가 속삭이고 있다. 반질한 바위틈을 흐르는 물소리, 계절을 찬양하는 새소리, 어깨를 툭 치고 지나는 바람소리에 귀 기울이니 세속의 잡념도 사라진다. 피라미와 다슬기가 소곤거리는 정다운 이야기에 하염없이 빠져들기도 했다. 트래킹의 제멋은 부드러운 폭포수의 파도안마가 백미였다. 마음을 보듬고 좀 더 넓고 많은 물을 떠올려보니 강원도 내리천이 내 마음을 꾀어낸다. 자연의 멋과 낭만이 머무는 강변풍광이 어디 갔다 인제 왔나 질책하며 시야로 파고든다.

내 생애 다섯 번 만나는 보트에 몸을 실으니 급류가 세차게 밀어낸다. 산골짜기를 타고 불어오는 바람은 땀을 식혀주고, 꽃구름은 그림자처럼 따라오며 환영한다. 도우미에 그럴싸한 갖가지 형상의 바위와 경관의 설화를 듣고 감상하며 물의 유혹에 이끌린다. 은빛 여울에 울퉁불퉁 솟은 돌에 걸렸다 힘겹게 빠져 나오기도 하였다. 여울진 곳에서 뺑이 돌리는 뱃머리 회전에 한참 어지럽기도 했다. 급류와 괴암괴석을 피하려 패들질 하고 잔잔한 물을 만나 그간의 스트레스를 물바람에 분해시켜 날렸다.

보트에서 내려 한 동안 찬물에 둥둥 떠다니까 냉기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뒤를 돌아보니 100여척의 보트가 계곡물을 울긋불긋 물들였다. 언뜻 세어보니 그렇더라. 우리끼리 한참 물장구칠 때는 마치 명량대첩 영화를 관람하는 듯하였다. 래프팅의 짜릿한 맛은 급류와 거센 파도를 즐겨야 심장이 떨리며 단련되는 것이다. 때로는 노 젖고 멍 때리다가 풍덩하는가하면 배가 뒤집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물놀이를 하며 인내심과 협동심을 기르고 자연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느꼈다.

이번 트래킹과 래프팅에서 제일 값진 것은 폭포수에 경직된 온몸을 풀어내고, 세찬 물결을 떠다니며 건강을 가꾼 것이다. 아울러 50플러스 세대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아침 이슬 맺힌 나팔꽃처럼 생기도 감돌고 있다. 무더위를 이겨내는 비법은 사람 수 만큼 다양하다. 그 중에 산과 맑은 물을 벗 삼아 여름을 즐기며 방전된 에너지를 충전하니 폭염이 식어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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