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득
수필가

조팝나무 꽃이 바람에 흔들거린다. 건들건들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꽃을 잡자 마음은 어느새 하얀 꽃물이 든다. 꽃을 바라보면 꽃마음이 된다더니 바라볼수록 정겹다.

물오른 산 연둣빛이 하도 고와 산모롱이를 이끌려왔다. 들숨과 날숨 사이에 봄이 충만하다.

차가운 바람이 불 때면 생명체라고는 없는 것 같더니 따뜻한 봄은 어김없이 와서 대지를 살려낸다.

온갖 미물들이 술렁대고 꽃들의 잔치가 벌어지는 곳에서 산나물이나 뜯으려고 왔는데 튼실한 고사리가 듬성듬성 눈에 띈다. 뚝 꺾어들자 무르팍 부러지는 소리.

산비알을 오르내리며 고사리를 꺾다보니 등줄기에 땀이 흥건하다.

우리네 삶도 이렇지 않을까. 힘겨운 고비를 넘기며 오르다보면 어느듯 원점으로 돌아가고, 또 다른 고난이 가로막지만 이겨내고 다시 오르는……. 힘들고 지칠지라도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하다보면 어느새 묵직해진 고사리처럼 분명 이루어놓은 것은 있을 것이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번식은 아주 중요하다. 꽃을 피워야 열매를 맺고, 결혼을 해야 자식을 얻을 수 있으니까. 고사리는 꽃을 피우지 않는데도 잎 뒷면에 있는 열매처럼 보이는 붉은색의 둥근 포자로 번식한다고 하니 내 모습 같아서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고사리가 포자로 번식했다면 나는 시험관이라는 매체를 통했다. 정자와 난자를 체외에서 수정시킨 수정란으로 자식을 낳았다. 누구보다도 생명의 귀함을 체험했다.

물 오른 나무들이 저마다 잎 돋는다는 잎새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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