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성혜 한국교원대 교수

얼마 전 유아들이 바르는 베이비파우더 등에 사용하는 원료에서 석면이 검출되면서 우리나라는 석면의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다른 곳에도 이러한 원료가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었으며, 뒤이어 화장품, 의약품 등에 석면이 소량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든 제품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매일 뉴스에서는 새로운 제품에서 석면이 사용되었음을 보도하고 있으며, 그 때마다 소비자들은 믿고 사용할 것이 하나도 없음에 대해 개탄하면서 이러한 제품을 사용한 업체의 도덕 불감증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러나 이 상황은 얼마 전까지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광우병 파동이나 벌써 잊힐 만한 과거의 일이 된 쓰레기 만두 사건과 비슷한 면이 많다. 호주산이나 뉴질랜드산, 영국이나 프랑스산 쇠고기에 비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었을 때 광우병에 걸릴 위험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그 당시 mbc 방송국의 pd 수첩에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반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자료의 오역과 편집을 통해 국민의 여론을 호도하였고, 이에 호응한 많은 국민들 때문에 국제적으로 매우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국민으로 비추어지게 되었다.

결국 파동의 결말은 이러한 소란의 책임을 mbc에게 묻는 사법부의 심판으로 마무리되었다.

쓰레기 만두 사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형태나 모양이 반듯하지 못한 자투리 단무지를 만두소로 사용하였다는 이유 때문에, 쓰레기통에 버려야 할 단무지를 사용하였다는 의미로 "쓰레기 만두"라고 명칭 하여 그 파급효과가 컸던 이 사건의 경우에도, 그 의미가 마치 "쓰레기통에서 수거하여 사용한 못 먹을 재료"란 의미처럼 들려 사람들을 경악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자료의 왜곡으로 일어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4월 16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석면 약 판매 금지, 국민정서만 좇아 비과학적결정"이라는 기사를 통해서도 다시 한 번 자료의 왜곡과 잘못된 판단이 우리 사회에서 반복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석면은 크기 때문에 호흡기로 들어가면 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암을 유발시키는 물질이지만, 이를 먹거나 발랐을 때 얼마나 그 위험이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증명된 바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4월 8일에 "위해 가능성은 없지만 소비자의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회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으며, 바로 다음날부터 관련 약품에 대해 식약청의 판매 금지가 뒤따랐다.

우리가 과학적이란 의미를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면, 이러한 판단과정은 매우 비과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11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회의에서 과학적으로는 회수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낸 사람이 10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 정서를 고려하여 정반대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국민 정서와 과학적 판단이 상반되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일어난다면, 이는 바람직한 사회 현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중 하나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가르치는 과학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는 "과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을 육성"하는 것이다. 과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이란, 사회적인 이슈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가치판단을 할 줄 아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러나 초, 중, 고등교육 과정을 거친 수많은 사람들의 정서가 결정적 증거를 가지지 못한 의견이나 왜곡된 자료에 근거한 판단에 쏠리면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과학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처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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