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전국에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얼마 전 동두천에서는 네 살배기 여자 아이가 어린이집 통학차량 안에서 숨졌고, 서울 화곡동 어린이집에서는 생후 11개월 된 남자 아이가 강제로 잠을 재우려던 보육교사에 의해 이불에 짓눌려 질식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동두천의 한 어린이집 아이의 죽음에 학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날 사고는 통학 차량에 어린이가 맨 뒷좌석에 타고 있었으나 인솔교사와 운전기사가 확인하지 않고 차에서 내린 것이 화를 불렀다.

어린이는 찜통더위 속에서 질식사하고 말았다. 사고 발생 당시 동두천지역의 기온은 30도가 넘어 통학차량 안은 70- 80 여도 가량 되었을 것이다. 숨진 어린이는 안전벨트를 채운 채 뒷좌석에 쓰러져 숨졌다고 한다. 어른들도 10분 있기 힘든 차 안에서 네 살 먹은 아이가 7시간을 있었다는 생각만 해도 한심스러울 뿐이다. 더 어이없는 일은 차량에 블랙박스도 없고 어린이집에는 CCTV도 꺼져 있어 분통을 더 하게 했다.

학부모들은 가슴이 아리고 화가 치밀어 올랐을 것이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어린 생명이 피어 보지도 못하고 간 게 너무나 안타깝다. 그런데도 교사들은 수업 종료시간인 오후 4시30분까지 숨진 어린이의 출석여부 조차 확인하지 않았다니 말이나 되는가? 보건복지부는 ‘통학버스 표준매뉴얼’에 ‘하차한 어린이가 안전한 장소에 도착한 것을 확인하라’는 지침을 추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재 수준이 느슨해 반복되는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 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통학차량 운전자가 버스 맨 뒤에 붙어있는 버튼을 눌러야지만 차량의 시동이 꺼지고 차 문을 닫을 수 있도록 시설이 보완됐다. 만약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경고음이 크게 울리기 때문에 운전자는 매번 맨 뒷좌석까지 확인하도록 됐다.

우리나라도 눈높이에 맞는 안전교육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3년 전부터 운전자 외에 성인 보호자가 동승해 어린이의 승하차 안전 확인, 어린이집 운영자와 운전자의 안전교육 강화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에도 허사였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를 만들어도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인솔교사나 운전기사가 어린이들이 모두 내리는 것을 확인만 했어도 이런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누누이 지적하지만 안전 수칙의 기본에 충실해야 된다는 얘기다. 우리 아이들을 지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어른들의 의식과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안전 시스템이 생명을 챙기는데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반성해야 한다. 안전불감증이 안타깝다. 아이들을 안심하고 보낼 수 있는 곳은 정녕 이 사회에 한 곳도 없을까? 아이들이 하루 종일 뛰어 놀고 먹으며 공부하는 곳이 오로지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전락하는 현실이 너무나 안타까울 따름이다.

동두천과 화곡동의 유아 사망 사고는 2년 전 광주와 제천에서 일어난 사고의 판박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어처구니없는 전철을 되풀이해야 한단 말인가. 당시에도 어린이집 통학버스에서 안전사고가 잇따르자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이 법안은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국회를 통과되지 못했다. 관심을 조금만 더 가졌더라면 이번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어른들의 혼란이 길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아이들의 몫으로 돌아간다. 아이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물려주는 일이 어른들이 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잇단 어린이집 원생 사망사고와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어린이집 사망사고를 뿌리 뽑는다는 자세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어린이는 보호받아야 할 사회 구성원이자 가정의 보배이며 나라의 꿈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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