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지나친 '화(火)'는 만 가지 불행의 원인이며, 분쟁의 시작이기도 하다. 화(火)를 참으면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올라, 결국 목덜미를 타고 오른다. 화(火)가 가슴 속에만 머무르면 병이 되지만, 밖으로 나오면 감정표현이 된다. 감정표현은 상대방에게 나의 상태를 알려주어 적절히 대응하라는 신호가 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역할도 한다.

화(火)가 동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욕구불만이다. 갈증이 나는데 물을 마실 수 없을 때, 잠을 자고 싶은데 잘 수 없을 때, 배가 고픈데 먹지 못할 때 화가 난다. 이런 일차원적인 욕구불만 외에, 상대방이 나와 달리 생각하거나 행동할 때도 화가 난다. 나의 기준에 맞추고 싶은 욕구가 불만족 되면 화가 뜬다. 부하직원이 자신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기준이 너무 높거나 부당하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참을 수 있을 정도를 넘는 화는 감정표현이라기 보다는 갑질이 된다. 이러한 유형의 갑질은 모욕, 명예훼손 또는 폭행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의 97%가 직장상사의 갑질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직장상사의 갑질은 다양하다. 경멸적인 감정표현으로 모욕감을 주거나, 물건을 집어 던지거나, 심지어 폭행이나 성희롱까지 하는 상사도 있다. 직무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일을 강요하거나 그 반대로 업무에서 배제시키는 경우도 있다. 그 중에 대표적인 사례는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다거나 동료직원들과 화합하지 못 한다는 것과 같이 합리적 근거 없이 근무평점을 낮게 주어 인사고과에서 불이익을 주는 경우이다.

일본에는 '파워하라'라는 단어가 있다. 이는 권력(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합한 일본식 조어이다. 권력을 가진 상사가 부하직원을 괴롭히는 경우에 쓰인다. 여기서 권력은 구체적인 인사권이나 감독권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질적으로 직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가 직원에게 부당한 언행을 한다면 곧 직장 내 갑질이라고 봐야 한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직장 내 갑질'에 대한 법률이 정비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직장 상사의 갑질에 대하여 법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 형사상 모욕죄, 폭행죄, 강요죄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로만 대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송으로 대처하는 것은 직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야 할뿐만 아니라 증거를 수집하기 곤란하다는 점에서 충분한 대응이 되지 못한다.

직장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 곳이다. 생계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인생의 꿈을 싹 틔우는 곳이기도 하다. 때문에 '직장 내 갑질'을 개인의 책임으로 남겨 두기 보다는, 이를 방지하는 수단을 입법화하여 제도적으로 해결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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