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2016년부터 60세 정년이 법으로 정해짐에 따라 사회 전반에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전통적 임금체계인 연공급 제도로는 더 이상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 청년실업의 증가라는 삼각파도를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경제적 환경변화 속에서 일부 선도적인 조직들이 조직혁신을 위해 직무급 도입을 시도하고 있지만 노동조합과 근로자들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직무급 임금체계는 과연 근로자에게는 독이고 조직에게는 선(善)인가?

세계 최강의 경제대국인 미국은 임금체계에서 직무급 약 70%, 성과급 약 30%를 채택하고 있다. 직무급은 각종 조직에서 기능하는 직무에 대하여 정교하고 합리적으로 가격을 부여하는 임금체계이다. 직무수행의 난이도와 중요성 및 책임이 높을수록 임금가격도 높아진다. 예를 들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입사동기라도 회사에서 하는 일이 다르면 다른 액수의 임금을 받는다. 이러한 직무급은 기본적으로 각 직무에 대한 평가를 통해 매겨진 점수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므로 기존의 사람 중심의 인사관리 시스템이 직무 중심으로 혁신된다. 기존에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학벌이나 지연, 혈연으로 인한 인사관리 부조리가 타파될 것이다.

반면에 연공급은 보통 근로자의 근속년수와 학력 등의 인적요소에 의해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이다. 한국에서는 학력에 의해 초임이 정해지면, 다음부터는 근속년수에 의해 임금액수가 증가하게 된다. 근속년수가 높아지면서 높은 직급으로 승진하고 그에 따라 어렵고 책임 있는 직무를 수행하게 될 때는 연공급도 직무급과 같은 성격을 갖는다. 때문에 한국의 연공급은 직무급과 유사한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연공급의 이와 같은 특성이 과거에 한국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데 일정부분 기여했다. 하지만 이런 경우와는 달리 더 중요하고, 난이도가 높으며, 책임이 커지는 직무로 이동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근속년수만 증가한다는 이유에서 임금액수가 커지는 현상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그 대표적인 것이 조직 내 무사안일주의이다. 이것은 조직에서 역동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주범이다. 조직 안에서 힘들고 중요하며 책임이 높은 일을 회피하게 만들고 적당히 일하면서 높은 임금만 바라는 풍조가 만연하게 만든다.

전통적으로 직무급 제도가 자리 잡고 있는 미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남들보다 더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함으로써 더 많은 보상을 받으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미국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힘의 원천이다. 직무급은 기본적으로 조직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개인들의 능력개발에 기여한다. 조직이 인력을 공통으로 선발하여 필요에 의해 배치하는 기존의 관행을 깨고 직무별로 다양한 조건을 마련하여 채용하도록 함으로써 인력 및 조직관리 기법을 선진화시키는데 기여한다. 또한, 단순히 근속년수에 증가에 의해 임금이 상승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조직의 임금관리를 용이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조직이 장기적인 임금비용 마련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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