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주명식 미즈맘산부인과 원장] 서울이 39도, 충청지방도 38도를 넘나드는 폭염이 지속되고 있으며, 어제 111년만에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이럴 때일수록 집에서 배우자와 함께 재미있는 영화를 보며 폭염을 이겨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오늘 추천할 영화는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칠드런 오브 맨'이다. 그는 '해리포터 3', '그래비티'를 만든 멕시코 출신이다. 이 영화는 아이라는 존재가 이야기에 중요 구심점이 되기는 하지만, 결국 말하고자 하는 것은 흔한 것의 소중함과 마이너리티(Minority)의 존귀함을 나타내고자 했다.

영화는 임신이 불가능한 인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게다가 주인공인 테오가 사는 영국에서는 이민자들이나 유색인종들에게 분리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테오는 전 부인인 줄리엔에게서 키라는 소녀를 안전하게 '미래(Tomorrow)호'에 탑승시켜줄 것을 제안받게 된다. 그러나 놀랍게도 키는 임신 상태이다.

영화는 묵시록적인 SF 형태를 띠고 있지만 단순히 액션이나 분위기에만 심취해 속에 있는 굵직한 주제의식까지 놓치지 않는다. 특히 이 영화는 2006년에 개봉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018년의 모습을 훌륭한 예지력으로 관철시키고 있다. 특히 자국민보호정책이 이슈를 불러오기 전이었던 2006년에 이러한 소재를 담고 있었다는 것은 이 영화가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재평가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종차별적인 주제 외에도 아이라는 존재가 인류를 지속하고 유지하는데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킨다. 옛날에는 결혼과 임신 그리고 출산까지가 당연한 순리였고 흔한 것이었지만 현재의 한국은 더 이상 흔한 것은 아니며, 감독이 그린 2027년의 모습이 한국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자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참고로 이 영화는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과 같이 볼 영화는 아니다. 대신 아이를 가질 예정이거나, 임신 중이지만 앞으로의 어려움이 덜컥 걱정되는 부부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앞서 필자가 썼던 칼럼 중에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다' 라는 글이 있다. 이 영화도 그 주제를 내포한다. 더 이상 아이는 나만의 것이 아니다. 그만큼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하기에 충분하며 그만큼 소중한 존재다. 덧붙여 이 영화는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였다. 혹 영화제에서 상을 수상했다고 하여 너무 철학적이거나 재미없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중간중간 아포칼립스 분위기에서 등장하는 재미있는 유머를 찾아보는 것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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