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새벽부터 시작 된 노동으로 잠시 쉬자고 일행들과 함께 고단함을 이끌고 카페에 들어섰다. 들어서는 순간, ‘아! 여기가 천국일지도 모른다!’고 일행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환호성이 터졌다. 숨이 막힐 것 같은 더위를 견디다가, 맛본 시원함을 굳이 말로 표현하랴! 자신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감탄사에 한마디씩 한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라고!’ 삶에 있어 굴곡이 있어야 그 진가를 깨닫는 것이라고. 평탄하게 산다면 아마도 그 삶은 무미건조 할 것 같다고, 얼음 동동 띄운 냉커피 한잔을 시원하게 비워 내며 순간의 행복을 느껴본다.

이는 불볕더위에 열일을 하는, 잘 발달된 문명의 혜택이다. 편리하고 좋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축복이다. 옛 문헌이나 매스컴을 통해 본, 아주 오래전 시대의 삶을 현재 우리의 눈높이로 보면 못살 것 만 같다. 그렇게 편리하고 좋은 환경을 갖추기 위해 지구를 파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나 하나로 보면 아주 작은 일이지만, 집집마다 건물의 칸칸마다 에어컨의 실외기가 내 뿜는 열기며 하늘로 치솟는 회벽의 건물들, 포장된 도로, 그 위를 달리는 자동차, 소소한 것들이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가전제품 등등 그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열기로 채우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백년만의 폭염이요, 그 주기도 점점 짧아져 간다고 한다. 요즘 전 세계 각국의 날씨도 모두 불볕이라고 한다. 더 이상 문명의 발전이 없었으면 좋겠다. 도회의 거리에선 흙을 구경 할 수가 없다. 흙이 시멘트로 채워지는 일들이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다. 포도위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거침없이 쏟아지는 태양의 열기에 카페 창 너머로 보이는 한낮의 풍경은 모두 지쳐있다.

어떻든 문명의 혜택을 받으며 얼음 동동 띄운 한 잔의 차를 마시는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다. 이 또한 얼마나 모순인가! 이는 행복과 불행이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안에 있다는 것이다. 불볕더위 속에서 더위를 피해 잠시라도 땀을 식힐 수 있어 감사하다. 일상의 작은 곳에서 감사하고 행복 할 수 있다는 것조차 생각의 차이에 따라 다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 속에서 그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어릴 적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다. 무슨 일이든 모두 다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 것인 줄 알았다. 나이 들수록, 삶이라는 것을 알아 갈수록, 그 속으로 들어 갈수록 쉬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 속에서 엮어가는 자신의 인생은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며 모든 주어지는 문제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문명이 발달 할수록 정(情)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물질이 관절의 연골처럼 사람사이에 끼여, 삶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상대를 위한 배려도 사라지고 오직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오류가 우리의 삶을 파괴하고 있다. 누군가는 삶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하고 ……, 인간의 편린을 위한 더 이상의 발전이 필요한가! 조금은 불편해도 괜찮지 않을까! 어느새 찻잔의 차는 다 비워졌다. 이제 이 시원한 곳을 나서야한다. 저 불볕 속으로, 그것이 내 삶의 방법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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