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사용량 80% 산업·상업용 누진세 미적용
한시적 감면 외 형평성 문제 꼼꼼히 살펴봐야

 

[충청일보 장중식 논설위원] 가정용 전기사용료 누진적용 논란이 불볕 더위 만큼이나 뜨겁다. 할인 또는 감면해주자니 전력사용량 급증에 따른 예비전력율이 문제고, 모른 척 하자니 소비자들의 원성이 문제다.

지금까지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카드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사상 유례없는 이번 폭염을 재난재해로 인정하고 한시적이라도 요금을 감면해 주는 것과 누진세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의 경우, 한전에서 요금을 감면해주고 손실부분을 국고에서 지원해 주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 후자는 이미 현행 3단계로 구분되어 있는 구간별 요금과 누진율 조정방안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게 일반론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수석보좌관회의를 통해 '냉방 복지'를 언급하며 기존의 누진제에 대한 개선 방안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한시적 누진제 완화, 저소득층·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전기요금 할인 확대 등을 언급하며 7월분 전기요금 고지부터 시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동안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나 한전은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체 청와대와 국민들 사이에서 눈치보기에만 급급하지 않았냐는 지적을 받았다.

현행 전기료 누진세는 전기사용량이 늘어 날수록 전기료가 할증되는 구조다. 필수 사용구간인 1단계는 93.3원(200kW이하), 2단계는 187.9원(201~400kW구간), 3단계는 280.6원(400kW초과)으로 요금이 늘어난다. 4인 가구가 소비전력 1.8kW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평균 3.5시간 사용하면 월 전기요금이 에어컨 사용 전보다 6만3000원 더 나온다. 이 가구가 여기서 2시간 더 에어컨을 사용하면 9만8000원, 하루 10시간씩 에어컨 사용시에는 평소요금에 17만7000원을 더 내야 한다.

물론, 정부 말대로 전기사용료를 낮춰주거나 할증제를 폐지 할 경우, 과소비로 인한 전력수급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내 전기사용량의 16%밖에 되지 않는 가정용전기에만 누진율을 적용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수출주도용 한국경제의 특성상 무엇이라도 하나 더 만들어야 하는 기업을 위해 정부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다만, 그 같은 지원이 일반 가계와의 형평성에 반하지 않았는지 살폈어야 했다. 연평균 사용량 통계에 기초한 계절별 요금제나 구간별 차등 적용 등 탄력요금제를 본격 검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가정용전기누진제 폐지에 따른 손실분을 상업용과 일반용 요금에서 보전할 수 있는 방안 등 출구는 얼마든지 있다.

전기요금의 키를 잡고 있는 정부는 더 이상 눈치만 보는 행태를 그쳐야 한다. 한전 또한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민의 고통을 덜어주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장중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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