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윤명혁 전 청주시농기센터소장·ABC농업비즈니스컨설팅 대표] 춘하추동(春夏秋冬)의 사계절이 뚜렷하여 옛 부터 살기 좋고 농사가 잘된다는 우리나라의 기상에 이상이 생겼다. 환경오염에 의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사계절의 특성이 모호하고 언제 어떤 기상이변이 발생할지 모르는 현상이 지속되면서 농업은 물론 산업 전반과 라이프 스타일까지 혼란을 주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남부지방부터 올라오면서 개화시기를 가름해주던 벗 꽃과 아카시아 꽃의 개화가 거의 전국 동시에 개화되고 있어서 양봉농가들의 대응이 어렵기만 한 것은 이미 오랜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장마철이라 부르던 여름철은 오히려 가뭄과 폭염으로 계속되고 겨울철의 이상난동, 봄철의 기습한파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몰아닥치고 있다.

그렇다면 금년도 나타난 기상이변들을 정리하면서 이를 토대로 우리가 대응해야 할 과제들을 찾아보기로 하자. 우선 4월 7일과 8일에 전국적으로 나타난 급격한 저온으로 인해 사과, 배 등의 과일에 엄청난 피해가 나타나고 있다. 따뜻하던 날씨가 갑자기 영하의 날씨로 떨어지면서 과수의 개화기에 꽃이 동해를 입은 것이다.우리나라 사과 최대 재배지인 경북의 청송, 안동, 문경 등에서 1만 6천여ha가 피해를 입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는 비단 경북만이 아닌 충북의 충주, 충남의 예산 등 주요 사과 재배지역에서 동일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기도에서도 배와 포도, 사과, 복숭아에서 전체 면적의 17.3%에 해당하는 7,722ha의 피해면적이 발생하면서 이들 과일의 생산량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올 가을 과일 값이 금값이 될 것이라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4월의 갑작스런 저온현상은 과수뿐만 아니라 채소들도 마르고 시들면서 피해를 비켜가지 못하고 시장 출하량이 줄어들면서 채소 값 폭등으로 이어져 결국 그 피해는 농업인만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까지 전가되고 만 것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폭염과 가뭄은 어떤가? 장마철 비가 충분히 내려줘야 밭작물들이 잘 자라고 풍년이 드는 것인데 장마라고해서 고작 몇 십 미리의 비만 내리더니 그 이후 줄곧 폭염과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장마철이라는 말은 사라지고 건기와 우기가 계속되고 있는 아열대성 기후의 특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매일같이 37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고 가뭄 현상이 지속되면서 밭작물들은 타들어가면서 관개시설이 취약한 밭작물들은 앞으로 10일 이상 이런 현상이 계속 된다면 그야말로 그 피해는 엄청나게 큰 피해로 나타날 것이 불 보듯 뻔한 사실로 다가왔다. 가축들은 어떤가? 더위에 취약한 닭을 중심으로 폐사하는 가축 수가 날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소, 돼지, 낙농 등의 눈으로 직접 나타나지 않는 피해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여름철 폭염은 과거의 사례를 보면 대부분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면서 해소되곤 했는데 금년도는 티베트 지역에 형성된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워낙 그 세력이 강해서 태풍마저도 우리나라를 피해 중국 남부지역과 일본의 동쪽으로 지나가고 있는 것이다. 더 주의 깊게 보아야 하는 것은 지난 2년 동안과 올해를 포함해서 우리나라를 지나간 태풍다운 태풍이 없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정리해보면 봄날에 일찍 따뜻해진 기온이 갑작스런 저온에 견디기 힘든 상황을 만들면서 피해가 커지고 여름의 폭염과 가뭄, 겨울철의 이상난동(異常暖冬) 까지 이런 기상현상들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는 여건들이 조성되면서 지속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이다.그렇다면 이젠 기상이변에 대응할 면밀하고도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기에 농업 측면의 대응 방향을 설정해 보자.

우선 과수의 경우 계속해서 북상하고 있는 재배적지를 관가해서는 안 된다. 이미 사과의 경우 강원도가 재배 적지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며 올 봄 저온피해 현상도 남부지방에서 극심하게 나타났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또한 주요 재배지별로 숙기별 품종을 다양화해야하고 갑작스런 저온피해를 예방하는 송풍(送風)과 미세살수(微細撒水)시설 등을 설치하여야 한다. 채소나 과채류의 안정적 생산을 위한 스마트 팜 시설을 확대해야 하며 밭작물의 관개시설을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폭염에 의한 가축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동물복지 형 사육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적용하여 가축사육에 따른 악취해소와 안전한 축산물 공급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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