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폭염으로 기진맥진한 국민들이 정부의 생색내기 전기료 인하와 탈원전 정책 고집으로 불쾌지수와 스트레스 지수만 높아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에 7, 8월 가정용 전기요금에 대해 한시적 누진제 완화 등 전기요금 부담 경감 방안을 조속히 확정해 7월분 전기요금 고지부터 시행해 줄 것을 주문했다.

한달 이상 섭씨 35~40도를 넘나드는 살인적 이상고온으로 온열병환자가 속출하고, 전국 가정은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 없을 정도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고, 전기료 누진제 방식으로 인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것을 걱정하는 시민들의 아우성을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기다렸다는듯이 즉각 다음날 정부서울청사에서 폭염에 따른 전기요금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누진제 1~2구간의 상한선을 100㎾h씩 상향조정하는 것이 골짜였다. 이렇게 하면 누진제 2단계(201~400㎾h) 구간 이상에 속하는 1512만 가구에 한 달 평균 1만 370원의 할인혜택이 돌아간다. 총 지원 금액은 2761억원으로 추산됐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드러낸 시민들의 요구는 전기료 누진제를 폐지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겨우 1만원 남짓 찔끔 깎아주는 걸 가지고 대통령과 주무 장관이 연 이틀간 TV에 등장해 큰 혜택을 줄 것처럼 기대를 부풀렸으니 시민들은 땡볕을 맞은 것보다 더 열 받았을 것이다. 시민들의 분노를 확인시켜주는 듯이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지난 주에 전주 대비 5.2%나 떨어진 58%를 기록해 취임후 처음으로 60%대 아래로 추락했다.

여름엔 재난 수준의 폭염, 겨울엔 기록적인 한파를 번갈이 겪으면서 순간최대 전력수요는 해마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수립된 기록은 9272만 6000㎾로 예비전력이 684만 4000㎾까지 떨어졌다. 전력예비율은 7%대일 곧두박질쳤다. 보통 10% 이상을 유지해야 블랙 아웃(대정전) 걱정을 면할 수 있으며, 5% 이하면 위기 상황이다. 정부의 올 여름 최대 전력수요 예상치는 8830만㎾였다. 정부예상치보다 무려 450만㎾나 초과했다는 것은 담당부처인 산업부가 얼마나 안이하게 전력 수요를 다루는지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구형 원자력발전소 5개에 육박하는 전력량이다.

정부가 이렇게 전력예비율도 위태위태하고 시민들의 극심한 더위 속에서 비싸게 산 에어컨조차 편하게 틀지 못하는 사정을 뻔히 알면서도 찔끔 생생내기 대책을 대책이라고 내놓을 수 밖에 없게 된 것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승자박을 한 결과다.

가장 싸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원으로 입증된 원전(原電)을 버리고 굳이 비싼 LNG, 중유(重油), 석탄을 때서 전기를 만드느라 한전이 적자로 돌아서는 바람에 더 이상 국민부담을 줄여줄 여력이 없어졌다. 7000억원을 들여 새 것이나 마찬가지로 리모델링해 놓은 월성1호기를 전력 최대 수요기간 두달 전에 폐쇄한 것은 폭거나 다름없다. 이제 정부는 ‘탈원전 몽상’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런데도 산업부 장관은 12일 방송에 나와 빈약한 논리로 탈원전, 태양광풍력 발전 예찬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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