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오병익 전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세월호 사고 이후 언제 또 닥칠지 모를 인재(人災) 대응은  달라졌다. 정부는 해양경찰조직까지 해체하여 마침내 2014년 컨트롤타워인 국민안전처를 새로 만들었다. 종합적인 재난안전관리시스템의 구축을 목표로 정책 수립·운영 및 총괄·조정과 비상대비와 민방위, 소방 및 방재, 해양에서의 경비·안전을 맡아 왔다.

그러나 2017년 정부조직법 개정에 따라 안전은 행정안전부로, 소방관련 업무는 신설된 소방청으로 넘어간 뒤 곧바로 폐지됐다. 아니나 다를까. 졸지에 29명이 목숨을 잃고 더 많은 숫자가 부상과 트라우마까지 안게 된 제천스포츠타운 화재를 겪었다. 인명구조 '골든타임' 허점 역시 대표적 위험 요소였다. 인원 충원과 장비 개선이 능사가 아니다. 무엇이 잘못됐고 부족했는지를 제대로 짚어 반드시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현실은 어떤가? '책임지는 사회로의 전환', 그저 기억 속 먼산바라기일 뿐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 해 독성 성분 검출 계란 공포는 유럽 발 긴급비상 예고를 비웃듯 관계 당국은 꿈쩍하지 않았다. 의아하게도 농림축산식품부·식품의약품안전처·지자체의 행정 혼선까지 겹쳐 자해를 키웠다. 초동대처만 잘 했더라면 끄떡없을 걸 애꿎은 국민만 메르스 사태보다 섬뜩한 날벼락에 죽는 줄 알았다. 하기야 누가 그러고 싶어 그랬겠는가? '설마 행정'이 사람 잡은 꼴이다.

왜 걸핏하면 무사안일, 자리 지키기를 두고 '인재'라 했는지 알법하다. 특히 친환경 무항생제 인증을 받은 상당수 사육 농장에서 조차 살충약 허용 기준치와 유해정도 조차 모른 '눈 가리고 아옹'이야말로 무비유환(無備有患)의 딜레마 아닐까. 이럴 때 국민은 가장 불행한 피해자다. 반복적인 실수를 겪고서도 허술한 구멍은 여전하니 탈이다.

금년 여름은 용광로를 안고 산다. 백년에 한 번 쯤 올까 말까한 폭염과 맞물려 나라 안팎이 땀으로 배었다. 최근 국군기무사의 문건 사태를 둘러싼 공개 망신 형 하극상, 이건 아니지 싶다. 오죽했으면 대통령까지 나서 해체수준 재편을 닦달했을까. 너무 센 매질이란 저항도 없을 리 만무하다. 밀어붙이기 졸속 논란으로 위상 훼손 우려도 있다. 군의 사기는 군사력과 직결된 으뜸 장비이다. 그동안 옥상옥의 힘 있는 손이 더 큰 제2 제3의 일탈로 불거져 왔던 기억은 생생하다.

명패를 바꾸고 책임 따지기나 의미 없는 기구 신설, 직급조정을 넘어 자칫 눈길에서 멀어지기 쉬운 소소한 것부터 꼼꼼히 챙겨 '인재'란 수식어가 따라붙지 않아야 양심적인 국가다. 한 달 간격으로 두 번씩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을 번갈아 넘으며 선언한 판문점 평화 약속도 100여일 훌쩍 넘었다. 딴죽 걸지 않는 무덤은 없다. 포용적 유화 접근에 기다림조차 쇠해져 거추장스러운 주목을 끈다. 비핵화와 전쟁종식·남북 평화, 어느 쪽이든 먼저 납작 엎드려야 숙제는 풀릴 기류다. 이런 때 일수록 최고 안보등급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다. 안보 없는 조국과 국민을 생각하는 건 가장 험한 민재(民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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