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용주 선문대 교수

[안용주 선문대 교수] 삼·일 비폭력 자주독립선언이 일본군의 총칼을 무력화 시킨지 100주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일생을 바친 단재 신채호선생 탄신 138주기, 광복 73주년.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오늘의 단상 속에서 불현 듯 역사와 인류의 희대의 배신자로 회자되는 가롯 유다(Judas Iscariot)를 떠올린다. 서양에서 '유다'를 빗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이완용'을 빗대는 것만큼이나 모욕적인 언사이다. 유다는 무엇을 위해 인류를 구원할 분으로 믿고 따르던 스승을 팔아넘긴 것일까? 돈일까? 혹자는 그릇된 로마제국에 대한 충성심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충성(忠誠)'이라는 단어의 대치선상에 있는 단어가 '배신(背信)'이다. 배신이라는 한자(漢字)는 '믿음(信)에 등(背)을 돌린다'는 의미다. 일본어로는 裏切る라고 쓰는데 이는 '누군가를 뒤에서 칼로 친다'는 의미다. 영어의 betray는 trade(거래)에 어원을 두어 '자기편을 거래의 재료로 쓴다'는 의미라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는 '입법·사법·행정'의 신뢰 삼각축(trust triangle)에 의해 유지되는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작태를 보면 청와대가 기획을 하고 사법부가 이를 받아들여 일본 제국주의에 의해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던 분들이 일본의 전범기업(미츠비시·신일본제철)을 대상으로 일으킨 소송에서 2012년 8월 대법원이 '미쓰비시 등은 강제징용 피해자 9명에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 놓았음에도, 양승태사법부가 소송 미루기를 통해 5년째 대법원에서 계류시키고 있다.

 그 대가가 치졸하다 못해 동네 양아치수준이다. 법관들의 해외파견을 증원시켜달라는 것이다. 판사가 돈이 없어서 국민들이 내는 세금으로 해외파견을 더 많이 가게 해달라는 것이 국민을 배신하고 재판결과를 거래삼아 내나라 삼천리를 피로 물들이는 것도 모자라 내선일체(內鮮一體: 일본과 식민지 조선은 한 나라)라는 미명아래 800만 명 가까운 조선인들을 강제로 연행해서 섭씨 40도가 넘는 지하 1000m의 땅 속으로 몰아넣고 12시간씩 석탄을 캐는 죽음의 갱도로 몰아넣었던 일본 전범기업을 도와주는 대가였던 것이다.

 조선총독부가 패전 후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조선인은 782만7355명, 당시 조선 전체인구가 2630만명 정도였으니 국민의 30%가 강제징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일본군 위안부와 같은 형태로 강제로 끌려간 숫자는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상에 명시된 공무원의 복무규정에 따르면 공무원은 성실, 공정, 청렴의 의무를 선서해야 한다. 국민이 납세의무를 통해 세금을 국가에 바치면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던 '늘공(늘 공무원)'이던 공무원 신분이 되면 세금은 오직 국민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의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어공'과 외교부의 '늘공',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는 사실상 박근혜정부가 자국민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 일본전범기업의 앞잡이였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을사늑약을 통해 이완용이 조선이라는 국가를 팔아먹은 매국노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국민을 팔아먹은 신종 매국노라 칭함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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