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김복회 청주시 오근장동장] 행정의 최 일선인 동사무소에서 근무한 지가 4년이 다 되었다. 내 지역의 주민들과 함께한 시간을 가만히 돌아보니 소소하지만 많은 일들이 스쳐지나간다. 동에는 직능단체가 많아 그에 따른 행사도 참 많다. 필자는 단체들의 회의나 행사에 빠지지 않고 참석 하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 7월 푹푹 찌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행사가 있었다.

생활개선연합회의 60주년 한마음행사가 열린 것이다. 생활개선연합회는 농촌사회의 활력을 주도 하는 농촌여성리더를 육성하는 단체다. 차안의 온도가 40도가 넘을 만큼 무더운 날씨 임에도 행사장은 회원들의 열기로 대단했다. 지역별로 모여앉아 내 지역을 알리기 위한 모습들도 참 다양하다. 수건을 흔들고, 각양각색의 행주로 유혹을 하고, 멋진 현수막을 펼쳐 흔들며 한번이라도 더 봐달라는 그 열정으로 강당 안이 후끈 달아오른다. 우리 팀도 고깔모자와 빨간 장갑을 끼고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다.

이어진 이벤트 행사의 출연자들도 모두 생활개선연합회 회원들로 색소폰 연주를 시작으로 초청가수의 노래까지 이어졌다.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배웠다는 실력이 아마추어 실력을 훌쩍 뛰어 넘을 만큼 출중하다. 춤까지 곁들이며 부는 모습에 흥이 절로 일고, 쏟아지는 앙코르에 신발까지 벗어던지며 연주를 하니 행사장 안은 모두 하나가 된다.

색소폰 연주에 이어 초청가수의 노래가 이어졌다. 오늘의 가수는 노래가 너무 좋아 일흔의 나이에 가수로 데뷔하여 5년차 신인가수라고 본인 소개를 했다.곱게 차려 입은 한복에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범상치가 않다. 청주의 자랑인 직지에 대한 노래와 가사가 너무 좋아 자주 부른다는 노사연의 ‘바램’을 멋들어지게 불렀다. 75세의 나이임에도 소녀 같은 감성으로 노래를 불러 필자를 비롯한 많은 회원들이 따라 불렀다.

『내 손에 잡은 것이 많아서/손이 아픕니다. 중략…. 지친 나를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정말 사랑 한다는 /그 말을 해준다면/나는 사막을 걷는다 해도/꽃길이라 생각할 겁니다.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 노래 가사 마디마디 속에 우리의 삶이 녹아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해 왔다. 칠십을 넘긴 노년 가수의 질곡이 묻어나는 것 같았다. 노래가 좋아 늦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게 되었다는 그 모습이 보는 이로 하여금 울컥하게 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많은 개런티를 주고 모셔온 인기가수의 무대도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회원들의 재능기부와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대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며 우리 어머니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런 어머니들이 계셨기에 가정이 바로 서고 오늘날 우리들이 이만큼의 삶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신이 도처에 있을 수가 없어서 이 땅에 어머니를 보냈다고 하지 않는가.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점점 쇠퇴해가는 농촌 현실이지만 오늘처럼 생활개선연합회원들의 왕성한 활동으로 활력이 넘치는 새 농촌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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