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북한에 혈육을 남겨둔 이산가족들에게 금강산에서 개최되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가뭄속의 단비처럼 희망적인 소식이다. 하지만 모처럼 재개되는 상봉을 지켜보는 이산가족들의 표정은 엇갈린다.  이번 역시 컴퓨터 추첨으로 금강산 상봉 기회를 잡은 이산가족은 고작 89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많은 이산가족들은 TV 화면으로 상봉장면을 보면서 이산의 한을 달래야 했다.

국내 이산가족 등록자는 13만여명에 이르지만 2000년 이후 20차례의 상봉행사로 직접 혈육을 만난 인원은 남북 양측에서 2만명도 채 안 됐다. 더 큰 문제는 실향민 1세대가 고령화되면서 상봉을 기다리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이산가족의 평균 연령을 보면 80세 이상이 63%에 이른다. 이번에 상봉에 나선 남측 방문단의 최고령자 나이는 101세였다.

 끝내 혈육을 만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이산가족만도 해마다 4,000명에 이른다. 때문에 이산가족들이 고령화되면서 점점 부부, 형제자매의 상봉은 줄고 이미 세상을 떠난 가족의 배우자나 자녀를 만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 그래도 늦게나마 상봉이 또 성사돼 다행이다. 이미 7만여명은 이산의 한을 남기고 숨을 거뒀기 때문이다.

이산가족들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이산가족들이 조금이라도 생이별의 한을 풀도록 하려면 상봉이 더 자주 이루어져야 한다. 어려워도 상봉 정례화와 상설면회소 설치가 정법이지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전면적인 생사확인이다. 그래야만 양측 간 서신 교환이나 전화·화상통화 등으로 연락이 닿도록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이 남북관계에 따라 중단·재개가 반복되는 과거의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가 추진되는 지금이야말로 최적기다. 이번 상봉을 계기로 남북이 좀 더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기를 기대한다. 인도적 차원에서 가장 바람직한 것은 이산가족들이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상설 면회소 설치다. 지금처럼 100명 규모로 상봉 행사가 진행된다면 560회 이상 행사를 치루어야 이산가족들이 모두 한 번씩 만날 수 있다.

혈육과 가족이 지척에 두고도 천신만고 끝에 만나더라도 단 한 번에 그친다면 이보다 더한 비극이 또 있겠는가?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이산가족 상봉은 언제 또 중단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산가족들에게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다. 남북 사이에 불고 있는 훈풍에 힘입어 상호 방문, 성묘·고향 방북, 상설면회소 설치 등이 이뤄지길 기대한다.이산가족은 인도주의에 입각해 응어리를 풀 수 있는 근본적인 상봉 대책을 남북이 나서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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