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안상윤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교수] 2019학년도 수시모집의 원서접수가 9월 10일부터 시작된다. 지식정보화시대 속에서 누구든지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보편적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이 꼭 필요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막대한 시간과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한 청년에게 있어서 대학의 선택은 일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부터 유력 언론을 중심으로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없는 사립대학이 50여개나 되는데 당국이 덮고 있어 수험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어떤 언론은 2020년 이후 학생을 한명도 채우지 못할 대학이 60개는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에는 앞으로 3년 안에 38개의 사립대학이 사라질 것이라는 구체적인 보도까지 나왔다.

 대학교육 수요자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다. 망할 대학이 어딘지를 알아야 확실하게 피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하지만 그게 어느 대학인지 분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수험생들은 선택의 오류를 일으킬까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부실대학의 선택은 한 청년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회피되어야 하는 중대한 문제이다. 과연 어떤 대학을 피해야 할 것인가?

 첫째, 가장 중요한 것으로 재정이 빈약한 대학이다. 10년 이상 등록금이 동결되고 학생 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적립금이 한 푼도 없다면 미래에 필요한 투자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투자가 없는 대학은 무늬만 대학인 셈이다. 둘째, 장기적으로 분규나 갈등을 겪고 있는 대학이다. 지금 대학은 수험생 부족과 대학교육에 대한 불신 등으로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런데 한가하게 갈등이나 분규를 일삼고 있다면 학생들이 제대로 학사지원을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셋째,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에 위치해 있으면서 지속적으로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는 대학이다. 이런 대학은 수년 내로 지원자가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 재학 중에 학과가 없어지는 황당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다. 넷째, 학과의 문제인데, 이름을 너무 자주 바꾸는 경우 부실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10년 이상 된 인문계 학과가 보건계 학과로 이름을 바꿨다면 분명히 교육이 부실할 것이다. 지난 학기까지 인문학을 가르치던 교수가 독학으로 보건학을 공부하여 가르치는 웃지 못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에서 실시하는 각종 사업에서 탈락하는 대학이다. 평가의 지표나 방법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대학의 가치나 역량이 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입시시스템에서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이 부실 대학에 지원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 가능성은 중하위권에 속한 수험생들에게 주로 해당한다. 그들은 오히려 좋은 대학을 선택하여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할 입장에 놓여있다. 만약, 이들이 부실한 교육을 받게 되면 취업의 길도 멀어지고 생계에 지장을 받아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바른 선택을 위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현명하고 냉정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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