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장광덕 장앤윤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붉은 노을이 지는 늦은 여름 밤 멀리서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까악! 까악!' 태풍이 오니 친구들에게 조심하라고 말해주는 듯하다. 그러나 까마귀가 그런 의미로 울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단지, 필자가 뉴스로 태풍이 온다는 정보를 얻었고, 하필 그날 저녁에 까마귀가 경고하듯 울었기에 필자는 그런 의미로 받아들인 것이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 외부의 정보를 경험으로 받아들여 지식의 형태로 저장했다가, 유사한 상황이 왔을 때 언어를 통해 이를 이용한다. 언어는 자연법칙과 달리 인간이 만든 것이다. 자연의 법칙은 예외가 없지만, 인간이 만든 언어는 완벽하지 못하다. 때문에, 인간은 부득이하게 지식을 쌓고 전달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의 왜곡을 경험하게 된다.

필자가 어떤 사과를 보고 '빨간 사과'라고 인식한 뒤에, 사과장수에게 '저 빨간 사과를 주세요'라고 이야기 한다면, 사과장수는 '모두 빨간 사과인데 어떤 사과를 말하는 것이죠?'라고 답할 것이다. 사실, 그 사과는 빨갛지만은 않다. 다른 이들은 '빨갛고 노란 사과'라고 할 수도 있다.

이처럼 인간의 지식과 자연세계는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오감을 통해 얻은 정보를 있는 그대로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없다니, 인간은 얼마나 불완전한 존재란 말인가! 그럼에도 인간이 번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인간이 경쟁을 통해 상호 정보를 교환하면서 지식의 오류를 시정하기 때문이다.

경쟁은 어떤 재화나 서비스를 그것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전달하게 한다. 시장경제에서 경쟁의 결과로 나온 정보가 바로 '가격'이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이상 '가격'이라는 정보를 얻는다. 그런데, 가격에 왜곡이 발생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정보수용자에게 돌아간다. 가격이 가지는 정보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국가가 경쟁을 제한하는 정책을 시행한다면 국민은 예측가능성을 상실할 것이며, 그 결과 국가는 정책의 방향성을 잃게 될 것이다. 국가는 국민들에게 '특정 사과'를 '빨간 사과'라고 말해서는 안 되고, 국민들이 '어떤 사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막아서도 안 된다.온 나라가 소득주도경제성장론에 집중하고 있다. 정책결과가 최근 취업률로 나타났는데, 정부는 세무조사유예카드를 들고 나왔다. 자영업자들의 세무조사부담을 덜어주어 난국을 타개하려는 정부의 선심은 알겠으나, 이로 인해 국민들의 의사결정이 왜곡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지난 밤 까마귀는 정말로 태풍을 경고하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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