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이동규 청주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얼마전 스웨덴 출신의 엘린 에르손은 같은 비행기에 타고 있던 아프가니스탄으로 추방될 2명의 남성을 위해 착석을 거부하고 비행기 이륙을 지연시켰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SNS를 통해 당시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자신이 그와 같은 일을 버린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 이 비행기에 타고 있는 두 명의 남성은 비행기가 이륙하면 아프간으로 추방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들은 반드시 사형에 처해져 목숨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은 이 둘의 추방을 반대하며 그들이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것이 그 요지였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그녀의 행동을 비난했다. 그녀가 자신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반대로 그녀의 행동을 지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똑같은 상황에서 왜 사람들은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장을 하게 되었는가? 가장 큰 핵심은 바로 공동체 의식, 곧 추방될 두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이다.

비행기 이륙을 가장 앞장서서 막은 엘린 에르손은 이 두 사람에 대해 아주 긴밀한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있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녀는 그 둘의 죽음이 당장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하게 반대했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강한 끈으로 연결시켰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금 단순히 자신의 고결한 생각이나 결단을 주장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녀는 추방될 이들의 생명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그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를 원했다. 만약 그들이 추방되어 죽게 된다면 그녀는 깊은 슬픔에 빠질 것이다. 그만큼 그들의 삶과 생명은 그녀에게도 중요하다.

엘린 에르손의 행동을 비난한 이들은 어떤가? 그들에게 이 둘의 삶과 죽음은 어찌 되던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자신들과 어떠한 관계도 없기 때문이다. 이 비행기가 이륙하여 결국 그들이 죽게 된다 해도 자신들의 인생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 틀림에 없다. 따라서 이 비행기가 스케줄에 따라 이륙하여 자신들의 시간을 아끼는 것이 가장 최선의 선택이 되는 것이다. 결국 비행기 이륙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의 주장은 시간이나 생명의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앞두고 있는 이 두 사람에 대해 어떠한 관계를 맺기를 원하는 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스스로를 그들과 하나의 공동체라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들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이 자신들과 아무런 상관없다고 느낀 사람들은 오로지 자신의 계획에 따라 비행기가 빨리 출발하기만을 바란 것이다. 예수는 하나님께서 주신 가장 큰 계명은 곧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이라고 가르친다. 또한 자신의 이웃이 누구인가를 묻는 한 유대인의 질문에는 유대인들이 가장 혐오했던 사마리아 인이라고 대답한다. 결국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곧 우리의 이웃이다. 이웃이란 나와 관계를 맺고 내 사정을 이해하고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이들만이 아니라, 단지 나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는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을 가리키는 말인 것이다.

예수의 말에 따르면 그 비행기에 있는 모든 이들이 다 이웃이다. 따라서 이웃이 이웃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양보하고 자신의 계획을 희생하는 것이 곧 이웃사랑의 참된 실천인 것이다. 엘린 에르손이 말하고자 했던 바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한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은 없다. 그저 잘 모른다는 이유로 죽어도 되는 인생은 없는 것이다. 모두가 다 우리의 이웃이란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 사회는 훨씬 더 풍요롭고 행복한 사회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단지 내 생각의 기준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세상의 변화는 곧 내 자신의 변화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