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정현숙 원광대 서예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문화는 곧 국력이다. 문화의 힘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의미다. 경제 성장을 이루는 것은 단기간에 가능할 수 있으나 문화를 만들고 가꾸는 데는 오랜 시간과 꾸준한 내공이 필요하다. 한국에는 12개의 세계문화유산과 1개의 세계자연유산이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 화성, 경주 역사유적지구, 고창 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조선 왕릉,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이미 등재됐고, 2018년에는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세계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 동굴이다.

6월 30일 바레인의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는 천년의 한국 불교를 계승한 전통 산사 7곳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했다. 양산 통도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보은 법주사, 공주 마곡사, 순천의 선암사, 해남 대흥사가 한국의 13번째 세계유산이 됐다. 동 위원회는 한국의 사찰은 7~9세기 창건 이후 불교의 깊은 역사성을 지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서는 험난하고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세계인들이 항구적으로 아끼고 가꿔나가야 할 인류의 유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최우선으로 하는데, 이번 등재를 통해 한국의 산사가 영구적 보존 가치가 있는 인류의 보편적 유산임이 증명된 것이다.

2015년 기준 등재 세계유산은 총 1031건으로 문화유산 802건, 자연유산 197건, 복합유산 32건이다. 국가별로 이탈리아 51건, 중국 48건, 스페인 44건, 프랑스 41건, 독일 40건 등에 비해 한국이 양은 많지 않지만 질은 그 어떤 것들보다도 높다.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VANK,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는 한국의 국보급 문화유산 13개를 영어로 홍보하는 엽서 4천 세트 총 5만 2천 장을 제작해 전 세계에 배포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 문화유산, 세계 역사에서 간과되고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문화유산'이라는 제목의 홍보엽서에는 고조선의 고인돌에 새겨진 천문도부터 백제의 금동대향로, 신라의 금관, 일제강점기의 3·1 운동, 독도까지 다양한 문화유산이 소개됐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에 무용총 벽화 속 무용수들과 함께 등장해 세계인의 관심을 끈 고구려 덕흥리 고분 벽화 속 인면조(人面鳥)도 이번 엽서를 통해 다시 태어났다.

 반크는 이 엽서들을 내셔널지오그래픽, 디스커버리 등 유명 세계사 교과서 출판사에 우선적으로 배포하고, 미국 시카고에서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 참석한 한글학교 교사 8백여 명에게도 줬다고 하니, 분명 조상이 남긴 얼을 세계에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방법으로 선조가 남긴 값진 문화유산을 세계만방에 널리 알리는 것이 인류의 탁월한 보편적 문화유산을 온전히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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