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황종환 한국자산관리공사 대외협력위원] 올해 무더웠던 여름도 기상관측 사상 최고온의 기록을 남긴 채 말없이 물러간 듯하다. 계절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순환한다는 사실에 새삼 경외감을 느낀다. 얼마 전부터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오래전에 달리기가 무리인 듯싶어 중단하였다가 다시 시작하려니 생각처럼 쉽지 않다. 비가 내리듯 흐르는 땀방울이 나름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가뿐하게 한다. 적절한 고통과 에너지를 소진하는 운동이 사고를 단순화시킨다는 사실에서 분명히 매력적이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걱정과 불행, 안심과 행복도 마찬가지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에 집착하기보다 본성을 찾아 단순하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꽃은 꽃다워야 하고 사람은 사람다워야 한다는 말이 있다. 꽃이 피어야할 자리에서 피어날 때 아름답듯이 사람도 머물러야할 자리에서 머물 때 멋지다. 단순하다는 것과 순진하다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삶의 과정에서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퍼즐을 완성하는 것보다 사실관계를 단순 명확하게 바라보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작은 노를 쉬지 않고 저었는데도 불구하고 배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면 사공이 먼저 해야 할 일은 노를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야하는 것과 같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산다거나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단순한 삶을 살아간다고 할 수는 없다. 단지 많이 소유하지 않는 것이 초라하고 궁핍하게 산다는 의미는 더욱 아니다. 자신의 삶이 복잡하고 불편하다면 아직 단순하게 산다고 할 수 없다. 단순하게 사는 것은 부족할지라도 만족할 줄 알고 행복의 기준이 물질이 아니라는 여유로운 마음에서 비롯된다. 단순함은 세상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소통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 가장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일에서조차 행복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이다.

필자는 직장 초년시절 일명 KISS의 원칙(Keep It Simple, Stupid!)이라는 ‘어리석을 정도로 단순하자!’라는 뜻의 글을 책상에 붙여 놓고 근무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천성적으로 걱정이나 고민을 별로 하지 않는 성격이기도 하지만 웬만하면 복잡한 고민이나 인간관계에서 겪는 부담스러운 것을 오래 마음속에 담아두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던 것 같다. 요즘 집사람은 30년이 넘게 함께 살아오는 동안 잠을 못 이루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는 칭찬인지 놀리는지 모를 소리를 자주 한다. 이 말을 들으면 정말 너무 미련하고 단순하게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죽고 사는 일이 아니라면 걱정한다고 당장 해결될 일이 아니라서 굳이 밤새워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였을 것이 아닐까.

요즘 주변에는 사회 전반에 걸쳐 일어나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사건이나 일들로 인해 어려움에 겪는 사람들이 많다. 대부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복잡한 문제에 얽매여서 삶의 끝자락 가까이 매일 내몰리듯 살아간다. 과연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결국 삶의 목표에 맞게 단순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을 느끼는 순간에야 알 수 있는 질문이 아닐까 싶다. 살다보면 잃을 때도 있고 얻을 때도 있다. 초연함은 포기를 통해서 얻어지고 포기는 분별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포기할 줄 아는 것 또한 하나의 성취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명상록’에서 ‘여러 가지 일로 은혜를 입은 사람과 삶의 본보기가 되는 사람을 기억하며 살라’고 말했다. 이 분들이 삶의 가치관이나 행동에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고통과 행복의 가능성을 위해 살아간 사람의 용기를 본다.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하나의 기술이다. 아주 사소한 것에서 행복은 순간 찾아온다. 대체로 성공한 사람들의 삶은 복잡하지 않다. 서두르거나 복잡하지 않고 단순한 사고와 소박한 생활을 추구한다. 성취의 비밀은 단순하다. 단순할수록 삶에 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생긴다. 잃고 죽는 것이 얻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지도 덜 중요하지도 않다. 자신의 외면과 내면을 돌아보고 이치와 순리대로 살아가는 것이 낫다. 오늘 아침 땀 흘리며 달리는 순간 살며시 행복한 미소를 짓는다. 가장 단순한 것이 결국 삶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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