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요즘 경기침체로 힘든 상황에 폭염과 가뭄이 진을 치고 드러누웠다. 그 와중에 태풍이 또 한바탕 놀고 간단다. 태풍이 지나간다니 모두 긴장하고 있었다. 일부지역은 난리가 났다. 다행이도 필자가 사는 곳은 태풍이 왔다 갔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히 지나갔다. 다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서 나만 아니면 되는 것이었을까! 그러나 어쩔 것인가! tv 뉴스가 진행되는 화면을 바라보며 걱정만 할 뿐이다.

세상 사, 무슨 일이든 간에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고 노련해지는 것이 당연지사 이련만, 이럴 땐 산다는 일들이 나이 들수록 점점 더 낯설기만 하다. 날씨도 그런 탓이려나, 이젠 사계절이 아니라 두 계절이 되었다. 그래도 다행히, 입추가 되면서 폭염이 슬그머니 고개를 숙이고 처서가 지나면서 바람결이 제법 선선해졌다.

하지만 때 아닌 가을장마가 물 폭탄으로 우리를 조롱하고 있다. 꼭 필요 할 땐 오지 않던 비가 이젠 지나치게 내려 또 다른 걱정을 안겨 주고야 만다. 밭곡식들이 가뭄과 폭염에 시달려 배배 말라비틀어진 상태에서 이젠 밭고랑으로 물이 너무 가득 차서 넘친다. 이제 와서 어쩌라고! 모든 농사가 풍년이 되면 더욱 좋으련만,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면 좋으련만.

그런 기대와 희망을 끌어안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진행 중인 아시안게임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우리의 젊은 선수들! 한 발, 한 발 금빛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tv를 통해 경기를 볼 때 마다 보는 이가 긴장이 된다. 실전에서 뛰고 있는 그들은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금빛을 향해 한고비 한고비를 넘길 때마다 환호와 좌절이 뒤섞여 범벅이 된다. 우리의 삶의 모습들이다.

우리와 베트남과의 축구경기에서 발 빠르게 앞으로 달려 나가는 우리 선수를, 상대 선수가 옷자락을 잡고 당겨 넘어뜨리고, 손으로 얼굴을 훑어가며 달려 나가는 앞길을 방해하는 절박한 행위를 보면서 치열하게 살아내는 우리들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물론 정도에서 벗어나는 행위엔 그에 따른 응분의 조치가 취해진다. 절박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경은 아마도 모두 같은 마음이지 싶다. 하지만 그럴수록 올 곧은 정신으로 바로 서야 함이다. 오늘 넘어지면 내일 일어서면 되고, 또 오늘 일어섰다가 내일 넘어 질 수도 있으니, 늘 준비 하면서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한다면 넘어지면서 일어나면서 그렇게 세월 속을 걸어가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려니 싶다.

태극마크를 달고 온몸이 땀으로 젖는 것도 잊고, 정신력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을 통해, 앞으로 걸어 갈 새 힘을 얻는다. 넘어지면 일어서고 다시 넘어지면 또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 우리가 바로 오뚝이다. 오늘도 비가 쏟아진다. 최선을 다해 이, 비속을 뚫고 힘차게 달려가는 하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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