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김법혜 민족통일불교중앙협의회 의장] 원래 '태풍 예보'는 기상 예보 중 가장 고난도 과제에 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지나는 태풍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고 한다.제트기류,대륙 분포,해수면 온도 변화,찬 공기와 만남 등의 온갖 변수가 예측을 어렵게 하기 때문이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코앞에 다가온 태풍 진로를 맞추지 못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비난이다. 6년 만에 한반도에 상륙해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됐던 제19호 태풍 '솔릭'은 그래도 생각보다는 위축된 상태로 한반도를 빠져나가 다행이었다.

기상청은 태풍 솔릭이 전남 목포 서쪽 해상을 거쳐 충남 보령으로 상륙한 뒤 서울 남쪽 약 30㎞까지 북상,휴전선 인근을 지나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당초에는 예보했다.수도권을 휩쓸고 가는 경로다. 하지만 일본 기상청은 솔릭이 전남 신안 가거도 남서쪽 해상 부근에서 동북 방향으로 진로를 꺾어 전북 군산 부근으로 상륙해 중부 내륙을 대각선으로 관통한 뒤 강원도 강릉 부근을 지날 것으로 내다 봤다. 수도권을 피해 가는 경로다.인구 최대 밀집 지역인 수도권을 통과하느냐 여부는 매우 중요한데 이를 놓고 우리와 태풍 예보는 서로가 달랐다.때문에 우리 기상청을 믿지 못하겠다며 일본 기상청 예보를 수시로 확인하는 국민들이 많았다고 한다.

태풍 솔릭의 예상 경로를 놓고 두 나라 기상청의 예보가 달라 혼선을 겪었다.기상청은 태풍 상륙 지점을 보령 인근이라고 했다가 3시간 뒤에는 군산 인근으로 수정했다.서울 통과 지점도 바꿨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우리 기상청이 일본 기상청 예보를 참고해 수정한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우리나라가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두 개 이상의 태풍이 동시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예보 정확도가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 기상청의 설명이다.

정부는 솔릭이 한반도에 지날 것에 대비,비상 단계를 세우고 대응에 나섯다.문재인 대통령도 모든 일정을 연기하고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와 함께 대비태세를 점검했다.지자체들은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취약 지역과 시설물을 사전 점검하고 휴가 간 공무원들까지 복귀하는 등 비상체제를 유지했다. 교육당국도 신속하게 휴교·휴업을 결정했다.태풍에 앞서 잘한 대처다.하지만 가까운 일본을 따라잡지 못하는 기상청의 예보 실력은 차제에 반성하고 더 연마해 국민들의 신뢰를 얻는데 노력해야 할줄 안다. 태풍 솔릭이 떠난 자리가 생각보다 피해는 적었기에 천만다행이다.하지만 태풍 대처 과정에서 되짚어볼 문제가 적지 않다.기상청의 예보 정확도가 한미일 3개국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진다면 돌출구를 찾아야 한다.

기상청의 인력이나 첨단장비가 부족하다면 보강하고 챙겨 봐야 할 일이다.지구온난화로 더욱 뜨거워진 적도의 바다는 강력한 '온난화형 태풍'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에너지를 잔뜩 머금은 태풍이 한반도를 찾는 일이 잦아져 2100년쯤에는 방문 빈도가 지금의 두 배가 될 것이라는 예측도 들린다. 최악의 기후재앙이 우려되어 태풍 발생을 조기에 예측하는 시스템 개발과 강한 재해에 견딜 수 있는 종합적인 국가재난대비체계를 서둘러야 할줄 안다.태풍 솔릭의 피해가 예상보다 작다고 괜한 호들갑만 떤 것이 아니냐고 하기보다 대비를 잘했기에 노고를 차하해야 한다. 큰 피해가 우려되는 대형 재난에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아무리 과해도 지나치지 않다.기상청의 태풍 예보가 허풍 예보로 국민을 실망시키는 일은 다시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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