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김효겸 전 대원대 총장] 글로벌경제 흐름이 양호한데도 우리 경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오히려 역주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민경제의 3대 축인 생산·투자·소비가 동반 부진에 빠졌다. 경기 불황이 눈앞에 닥쳐왔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수출 여건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실물 지표가 나빠지는 가운데 경제 심리도 차갑게 얼어붙고 있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누렸던 지난 1년 여간 소득주도성장 실험에만 몰두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6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투자·소비의 트리플 부진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먼저 생산은 전달 대비 0.7% 줄어 석 달 만에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광공업과 건설업 부진이 주요 원인이다.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가 11% 증가했는데도 자동차(-7.3%), 화학제품(-3.6%) 등 다른 업종이 부진하면서 0.6% 감소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업 생산도 4.8% 줄었다. 분기별로 보면 생산은 2015년 4분기부터 2017년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3% 안팎씩 건실하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작년 4분기 -0.7%로 주저앉은 뒤 올해 1, 2분기에 각각 0.7%, 1.1% 증가에 그쳐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투자 부진은 더 심각하다. 경기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설비투자는 전달 대비 5.9% 감소해 지난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했다.  고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설투자는 4.8% 감소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특히 건설수주는 18.3% 줄었는데, 정부 발주가 69%나 급감한 것이 타격이 컸다. 정부가 복지 예산을 늘리는 대신 인프라 투자를 줄인 것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목표로 삼고 있는 소비 역시 만성 침체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을 맞아 기대에 부풀었던 경제 심리도 실물 경제 악화와 함께 빠르게 식어가고 있다. 실물과 심리 지표를 합산해 향후 6~9개월 후 경기를 점치는 지표인 경기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2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이후 한 번의 상승과 두 번의 보합을 제외하면 줄곧 내리막이다.  이상의 경제 불안 요인들이 조속히 해소되길 바란다.

경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는 일자리라고 본다. 2~6월 일자리 증가 폭(평균 10만3600개)을 보면 정부 목표치(18만개)는 달성 불가능한 숫자라고 본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불확실성이 훨씬 더 커지면서 한국 경제가 완연한 경기 후퇴 국면에 접어드는 양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사면초가다.

구조 개혁과 규제 혁신을 게을리 해 조선, 해운, 디스플레이, 자동차 등 주력 산업 대부분이 경쟁력을 잃었거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런데 달라지는 것은 없다. 유일하게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반도체까지 넘보려는 중국의 추격과 트럼프 발 무역 전쟁이 코앞에 와있다. 금년에 19조원 내년에 21조원 넘는 세금으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근본적 처방은 안 인성 싶다.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지 않길 바란다.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제정책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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