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 변호사

 

[이영란 변호사] 며칠 전 졸음운전을 하다 앞차를 추돌하여 벌초를 다녀오던 부자(父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음주운전 못지않게 위험한 것이 졸음운전이다. 모두가 졸음운전이 매우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할 가능성이 높은 것 또한 졸음운전이다. 졸음운전의 위험은 언제나 늘 존재한다. 맛있는 밥을 먹고 운전대를 잡을 경우 식곤증이 올 수도 있고, 육체적으로 피로가 누적됐음에도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빨리 도착하고 싶은 마음에 쉬지 않고 계속하여 운전을 할 경우에도 나도 모르게 눈꺼풀이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 눈꺼풀의 무게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무겁다는 말도 있다.

시속 100㎞를 넘나드는 고속도로에서의 졸음운전은 말 그대로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채로 눈을 감고 마구 달리는 것과 같다. 만일 그러다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그 피해는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하다. 그만큼 위험하기에 고속도로 여기저기에 졸리면 쉬어가라는 문구도 걸어두고, 졸음쉼터도 만들어 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 소식은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누군가는 어서 빨리 집에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에 조금만 더 가자는 마음으로 자꾸만 내려앉는 눈꺼풀을 억지로 끌어 올려가며 운전했을 것이고, 누군가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무리하게 운전을 하다가 깜박 졸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의 ‘깜박’이 초래하는 결과가 얼마나 비극적인가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

졸음운전은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하다. 미리미리 충분한 휴식을 취한 후에 운전대를 잡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운전을 하고 가다 조금 졸린 것 같다 느껴지면 즉시 가까운 휴게소나 졸음쉼터를 찾아 쉬어가면 된다. 휴게소나 졸음쉼터에서 잠깐 눈을 붙이거나 차에서 내려 바깥 공기를 마시며 몇 차례 기지개를 펴는 시간만 가지더라도 졸음운전으로 인한 비극적인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자신의 능력치와 관계없이 늘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는 것이 바로 ‘운전’이다. 잊지 말자.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는 바로 ‘나’라는 것을. 내가 있어야 비로소 세상이 존재한다. 그렇게 귀하고 소중한 ‘나’를 위해 서라도 잠깐의 휴식을 허락하자. ‘눈 떠보니 저승’이라는 간담 서늘해지는 표어를 고속도로에서 본 적이 있다. 한 번의 눈 깜박임이라 여길지 모르나 그 찰나의 깜박임이 이승과 저승을 바꿔놓을 수 있다. 타인을 위해 쉬라는 게 아니다.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나’를 위해 그렇게 하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나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까지 지킬 수 있게 된다면 그 또한 얼마나 훌륭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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