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오늘도 밝은 햇살이 온 누리를 비춘다.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에 벅찬 가슴을 안고 내일을 설계해야 할 터인데 젊은이들은 직장을 잡지 못한 채 거리를 방황하고 직장인들은 구조조정으로 언제 직장에서 내몰릴지 모르는 분위기 속에 경쟁 체제는 강화되고 직장인들은 긴장 속에 하루를 보내게 된다. 전통적인 농업사회는 정(情)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사회였는데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산업사회는 물질적 풍요 속에 배금사상(拜金思想)과 이기주의가 만연된 채 타산적이며 정(情)보다는 합리주의(合理主義)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업을 돌아보고 온 공무원들의 방문 소감에 의하면 같은 직장에서 생활하는 동료들이 복도에서 만나게 되어도 인사를 하지 않은 채 지나치는 모습을 보았다고 적고 있다. 회사 조직을 보면 경쟁력 강화를 통해서 생산성은 높아지겠지만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측면이 있다.

맹자(孟子)에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고 하여 인간관계에 있어서 인화(人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예기(禮記)에 온유돈후 시교야(溫柔敦厚 詩敎也)라고 하여 "다스하고 부드럽고 도탑고 후덕한 것이 시경(詩經)의 가르침"이라고 했다. 일본 수상을 지낸 다나카는 수상 시절에 수상 관저에서 관용차 창문을 열고 관저의 정원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하는 직원에게 손을 흔들며 지나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고, 야인(野人)이 된 후에도 질병으로 쓰러졌을 때 현역 국회의원 100여명이 문병(問病)을 한 일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논어(論語)에 이르기를 위정이덕(爲政以德)이라고, "정치는 덕(德)으로 해야 한다"고 이르고 있다. 경영합리화도 좋고 구조조정도 좋지만 거리로 내몰리는 가장에 딸린 식구들의 모습이 떠오르며 TV예 비친 찬바람이 도는 지도층 인사들의 말과 표정이 덕(德)이있는 포근한 모습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채근담(菜根譚)에 청능유용(淸能有容)과 인능선단(仁能善斷)이라고 청렴하면서도 포용력이 있고, 인자하면서도 결단력이 있음을 적고 있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피가 흐르며 감정이 있는 존재이다. 이를 무시한 채 기계적인 경영이나 업무 추진이 바람직할까? 사기(史記)에 사위지기자사(士爲知己者死),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학교나 직장에서도 온유돈후(溫柔敦厚)가 생활화된다면 가정 파탄이나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고 학교에서도 왕따나 폭력이 줄어들어 살 맛 나는 가정과 사회가 되고 즐거운 학교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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