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정규호 청주대 의료경영학과 교수] 얼마 전 한 친구의 병원입원 소식을 듣고 놀라서 문병을 다녀 왔다. 평소 운동을 열심히 하고 건강관리를 철저히 하는 친구라서 입원했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었다. 하지만 ‘병 앞에 장사 없다’고 초라하게 병상에 누워있는 친구는 그야말로 환자였다.

필자가 병원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입원한 주변사람들을 만난 적이 많다. 누구나 정신없이 살다가 질병이라는 브레이크를 밟아 병실에 갇히게 된다. 처음에는 왜 내가 이런 질병의 타깃이 되었는가에 대해 번민하다가, 나중에는 화가 나서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수용하면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밀려드는 지난날의 삶에 대한 후회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심리를 잘 알고 있었기에 병원 사무실에 내가 읽어 봤던 밑줄 그은 책을 비치해 두고 환자를 떠올리며 책을 선택하여 문병 때 건네주곤 하였는데, 퇴원 때 무척이나 고마워하던 기억이 남아있다.

‘아픈만큼 성숙한다’는 말이 있는데, 어느 교수님께 들은 바에 의하면 ‘사람은 죽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가끔은 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있다’ 는 말이 떠오른다. 누구나 사는 데에 정신이 없어서 앞만 보고 달리다가 갑자기 병실에 갇혀 생사의 갈림길에 서서 지난날을 뒤돌아보게 된다. 밀려오는 후회 속에서 삶에 대한 간절함이 병실에 묻어난다.

유난히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 왔다. 금년 한 해도 전체의 약 70%정도를 지났으니 남은 기간도 얼마 안 된다. ‘다사다난 했던 금년 한 해도’ 라는 말을 할 시기도 곧 오리라. 이쯤에서 ‘뒤를 돌아보아야 할 시기’ 라는 생각이 든다. 마라톤 경기에서 앞만 보고 달리던 선수가 반환점을 돌아 어느 시점에 이르르면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내가 어디쯤에 있으며, 앞으로 내 페이스를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하는 계산에서 그러 할 것이리라. 어느 누구나 한 해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결심과 계획을 안고 출발하지만 시행착오를 범하게 된다. 이쯤에서 아직도 머뭇거리고 행동에 옮기지 않은 것이 있는지, 혹은 궤도를 더 벗어나기 전에 수정할 것이 있는지 점검할 시기가 아닌지 생각할 시점이다.

살면서 중요하고 긴요한 일이 많지만 건강만큼 그러한 일도 없으리라고 본다. 특히 한번 건강을 잃어 본 사람은 더욱 절실하게 느끼는 것이다. 한비자 유로편에 보면 ‘천하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하기 쉬운 일에서 비롯되며,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사소한 일에서 비롯된다. 일을 잘 다스리고자 한다면 반드시 그것이 작았을 때 해야 한다’ 는 글이 있다. 현대의학에서 건강관리의 확실한 방법 중의 하나는 정기적인 검진이다. 무덥고 지루했던 여름이 지나고 이제 이 가을이 가면, 춥고 움츠리는 긴 겨울이 온다. 이 좋은 계절에 자신의 건강을 돌이켜 보며 검진을 받아 볼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다 보면 년 말에 어느 병원이나 예약하기가 어려워 해를 넘기기 쉽고, 그러다 때를 놓칠 수가 있다. 지금이 뒤돌아 볼 시기이다. 잠시 멈추어서 뒤를 돌아보면서 자신과 함께 속해있는 가정과 몸담고 있는 그곳에서 꼼꼼하게 점검해 보자. 특히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기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점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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