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이진영 전 단양교육지원청 교육장·시인] 두 남녀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태로 치장을 하고 가장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찍는 사진이 결혼사진일 것이다. 그 모습이 자못 경건하기까지 하여 둘 외에는 누구도 범접할 수 없거니와 이제는 완벽한 한 쌍으로서 환희의 부부생활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서로의 사랑이 더해졌으므로 더할 나위 없는 행복으로 가득할 것으로 예측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사람의 사진 속에는 보이지 않는 네 사람이 더 있으니 다름 아닌 양가의 부모다. 생존 여부를 막론하고 지금까지 이들을 양육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이후로도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다. 이런 원가정의 이해 없이 두 남녀의 결혼생활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특히 역기능 가정에서 양육을 받았다면 그 파급효과는 너무도 크다. 사실 역기능 가정이 순기능 가정보다 많은 편이다. 우리는 모두 매우 이기적이어서 서로에게 많은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살고 이는 부모와 자식 간에도 예외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부정적 과거, 즉 과거 속에 묻혀 있는 내면의 미해결 과제를 치유하지 않는 한 사람은 행복해지기 어렵다. 지금의 삶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 원인은 지금의 배우자가 아니라 나의 내면의 문제, 즉 원가정에서 과거에 경험된 부정적 영향 때문임을 알아야 하고, 또한 나의 불행한 현재의 모습이 사랑하는 우리 자녀의 미래를 힘들게 하고 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지체 장애인은 온전한 사람보다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격장애인, 정서장애인은 평생 불행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가장 가까운 사람을 불행하게 한다.  "우리는 잘못 만난 사이다." 라든지 "나의 불행은 너 때문이다."라는 착각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오히려 상처 받은 나로 인하여 사랑하는 배우자와 자녀가 고통 받고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자각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오기는 힘들다. 자기의 치부가 드러나는 일은 누구나 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를 통해 치유 받고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다행히 요즘은 이런 치유 기관이나 전문가가 많아서 마음을 조금만 열고 문의하면 된다. 마치 아픈 곳이 있어도 병원에 가기 싫지만 일단 가서 의사에게 상처를 보이면 치료 과정을 통해 깨끗이 낫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행인 것은 많은 부부가 깊이 사랑하면서도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인간의 한계에 갇혀 있는 것이지 원래 미워하는 마음보다 사랑하는 마음이 더 많아 결혼했다는 것이다. 값비싼 악기일수록 비용이 많이 들어도 조율을 자주 한다. 우리에게 가장 값비싼 악기는 '삶'이고 그 악기를 연주하는 주연은 부부다. 그런데 조율이 필요한 대상 악기는 배우자가 아니라 나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서로가 좋은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율되지 않는 삶 때문에 불협화음을 내며 사는 부부가 많다. 결혼사진 속의 아름다운 모습과 고귀한 언약을 떠올리면 조율하는 수고와 치부를 드러내는 수치심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