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전화를 통해 서민들의 돈을 갈취하는 일명 보이스피싱 피해가 이어지고 있어 정부가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길 주문한다. 보이스피싱은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진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무려 2631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1년 동안 입은 피해액 2431억 원보다 200억 원을 초과한 금액이다. 금감원은 매일 116명이 10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조사한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 유형을 보면 상상을 초월한다. 서울 중앙지검 수사관을 사칭해 여성에게 전화한 뒤 피해자가 쇼핑몰 사기에 도용돼 다른 피해자들에게 고소된 상태라고 속였다. 그런 다음 검사를 연결시켜주겠다며 다른 사기범이 전화를 받은 뒤 이메일을 통해 가짜 사건 공문과 가짜 신분증 사본을 보내 피해자를 안심시킨다.

이어 사이버 안전국 사이트라며 URL주소를 보내 다운로드 시키고 사기범은 금감원 1332로 전하해 피해금액을 확인하라고 한다. 피해자가 1332로 전화하면 금감원 직원을 사칭한 다른 사기범이 전화를 받아 피해자를 안심시킨다.사기범은 계좌 조사가 필요하고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금 수천만원을 금감원 팀장 계좌에 입금시키면 조사한 뒤 곧바로 환급해 준다고 속인다.

대출을 빙자한 새로운 사기 유형도 나오고 있다. 은행 직원을 사칭한 뒤 피해자에게 저금리로 대출해 주겠다고 접근한다. 사기범은 피해자 신용도가 낮아 기존 대출금을 일부를 상환해야만 신용도가 올라 자산관리공사에서 취급하는 3%대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인다.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기존 대출금 수천만 원을 입금하면 사기범이 이를 인출해 가는 것이다. 지역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보이스피싱에 속아 2200만 원을 고스란히 잃을뻔한 사건이다. 사기단으로부터 저금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는 제안에 속아 캐피털과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아 송금한 사례다. 다행히 농협은행청주공단지점 오미성 팀장이 이를 수상히 여겨 현금인출 시간을 지연시키면서 피해를 방지했다.

좀처럼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생활이 궁핍해지면 대출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교묘히 이용하고 있다. 피해자는 특히 여성들이 많고 60대 이상 노년층이 다수라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자녀가 납치됐다, 사고가 발생했다는 거짓말부터 금융감독원, 검찰, 청와대 등 정부 관련 기관 사칭이 빈번했다. 이제는 대출 금리 인하 사기까지 나오고 있다.정부는 단지 금융감독원에만 보이스피싱 피해를 방지할 것을 주문하지만 말고 직접 나서야 한다.서민들에게는 비록 적은 금액일지라도 목숨과도 같다. 어느 누군가에게는 적다고 말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말이다.그런 피같은 돈을 사기를 당해 빼앗긴다면, 피해자는 위험한 선택을 할 수도 있다.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것이 정부의 의무라면, 이러한 보이스피싱 피해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대처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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