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정숙 수필가

 

[육정숙 수필가] 며칠 전만 해도 냉방을 안 하면 견디기 어려웠던 날씨다. 절기상 백로가 지나면서 시나브로 선선해지더니 이젠 아침, 저녁 창문을 닫고 이불을 덮고 자야하는 날씨가 되었다. 모든 것은 지나가는 것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우리의 삶속에서 진정 위안이 되는 말이다. 희로애락 중 그 무엇이 현재의 내 모습일지라도 그 모든 것들은 모두 시간이 해결을 한다.

계절도, 삶속에서 현재의 내 모습도, 그런 이 세상 모든 삶의 모습들이 시간 속으로 파고들며 변하고 바뀐다. 요즘 선선한 바람이 가을을 불러왔다. 바람을 좇아 달려간 들녘은 신기루였다. 가뭄과 혹독했던 폭염, 꼭 필요 할 때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니, 때도 모르고 쏟아지던 폭우까지 견뎌 낸 들녘은, 알음알음 사랑스런 열매들을 맺어놓고 일렁이는 바람을 온 몸으로 맞이하고 있다.

과수원과 들녘에선 달달한 향기가 퍼지고, 황금빛 들녘은 눈을 황홀케 하고 열매가 익어가는 소리는 하늘을 나는 새들을 불러 모은다. 모든 것들을 견뎌 낸 시간이기에 애틋하고 대견하고 사랑스럽다. 넉넉한 마음이 가득 차오르는 계절이다. 우리의 삶에 있어 모든 일들이 시작부터 무해하게 잘나간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또 어디 있으랴만, 올해 같은 이상기후에 모두가 힘들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부족하지만 나름 견디고 견뎌내지 않았던가! 폭염을 피해 에어컨의 힘을 빌린 사람도 힘들었던, 이상기후를 잘 버텨 낸 들녘은 우리에게 먹을 것, 볼거리들을 한껏 내주고 있다.

요즘 청년실업이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이 올라 자영업자들이 고용을 대폭 줄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취업박람회로 지원자들의  취업을 향한 간절함이, 그들의 끝없는 발길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19년 만에 가장 높다. 그들이 일자리 안정을 찾아야 결혼과 출산의 미래도 꿈꿀 수 있는데…! 빠른 시간에 사회에 첫발을 내 디뎌야 한다는 조바심이 인다. 이제 그들은 한국에선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해외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라고 한다.

요즘 근교 농업을 하는 곳을 가보면 농업도 예전 같지 않아 컴퓨터를 활용하는 등 과학영농을 하고 있다. 그런데 일할 사람이 없어 애를 태운다. 그러다보니 말이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들을 많이 고용하고 있다. 농업이 1차 산업 이다보니 일자리는 있어도 우리의 청년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 같다. 한편에선 일자리를 찾아 한국으로 오고, 우리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 우리 청년들이 개개인,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해서 그들의 꿈과 미래를 찾아 갈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조금 더 적극적인 정책이나 기조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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