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혼란케 할 조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을 상정해 의결하고 곧바로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 논란에 불을 붙였다.

문제는 비용추계서 내용이 부실하다는데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야당은 어물쩍 비준 동의를 받으려고 천문학적 예산이 드는 본사업비는 빼고 타당성조사비용 등 ‘미끼용 예산’만 넣었다고 비난했다.

이에 반해 노무현 정부 통일부장관을 지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12일 한 방송에 나와 판문점 선언 뿐 아니라  그전의 모든 선언·성명·합의서 등을 일괄 비준하자고 한참 더 나간 발언을 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국회에 비준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조약, 남북합의서 등의 체결·비준은 대통령 하는 것이고, 국회는 비준에 동의할 권리만 갖고 있다.

판문점선언 비준안이 국회에서 심한 충돌이 불가피한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북한 비핵화에 대해 가시적 성과도 없는데 비준 동의부터 하라고 국회를 압박하는 모양새부터 반발을 유발한다. 정부와 여당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하고, 미사일 발사대도 해체하는 등 핵미사일 폐기 이벤트를 펼친 것을 거론하며 나름대로 비핵화 수순을 진행시키고 있다며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정은이 이미 핵보유국 선언을 한 마당에 핵실험장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고, 이동식 발사대와 대륙간탄도탄(ICBM)에 고체연료 장착으로 언제 어디서나 핵미사일 발사가 가능해졌으니 고정식 미사일 발사대 역시 없어도 된다. 그런데도 북이 비핵화와 미사일 해체에 성의를 보였다고 평가한다면 너무 나이브한 판단이다.

또 판문점선언, 즉 4·27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은 지난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서 이후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 많은 남북간 성명·선언·합의서 중에서 최초로 국회에 비준 동의 요구가 나온 것이다. 국회 비준동의가 이뤄지면 법률로서의 강제력을 갖게 된다. 선언 내용이 법제화 된다는 것은 그 법에 따라 북한의 경제·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규모의 혈세가 투입된다는 것을 뜻한다.

선언적 문건과는 전혀 다르게 이행강제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여야는 이 문제를 오는 20일 3차 문재인-김정은 회담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로 유예시켰지만, 3차정상회담 합의문에서 김정은이 어떤 비핵화 약속을 내놓는다 해도 실질적인 성과와 검증이 담보되지 않는 한 비준동의는 신중해야 한다.

판문점선언의 대표적인 대북 지원 조항인 1조 ⑥항은 2007년 노무현·김정은 정상회담 합의서인 10.4선언 규정을 실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부담, 즉 혈세를 대북 철도 도로 등 인프라 사업에 퍼주도록 법률적으로 강제하게 된다.

헌법상 국가로 인정되지 않는 북한과는 조약체결·비준·동의가 불가능한 것인데 지난  2005년에 제정된 남북관계발전법 제 4장 21조 규정에 의해 비준동의가 가능해졌다. 자유한국당이 비준동의에 무조건 반대하지 못하는 것도 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이 이 법안 통과에 협력했기 때문이다. 야당은 이 법안이 지적한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정부에 정확한 설명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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