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자 수필가

[한옥자 수필가] 화제가 된 때 지난 기사를 일부러 찾아 읽었다. 신문 기사의 얼굴이라는 리드를 읽고 난 후, 호기심은커녕 혀만 끌끌 차다가 읽을 흥미를 잃는다. 오히려 143개나 이어진 정곡을 찌르는 댓글 덕분에 다시 본문을 본다. 말의 꼬투리를 잡아 자근자근 따지는 우리 국민, 참 대단하다.

‘넥타이부대 넘치던 강남 간장게장 골목 밤 11시 되자 썰렁’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지 두 달이 넘어가는데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커지고 있단다. 밤늦게까지 가게 불을 밝혀주던 ‘넥타이 부대’가 실종되어 심야 상권의 존폐 위기가 걱정이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공개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인식 여론조사'를 인용한 부분도 황당하다. 단축 이후 삶의 질과 관련하여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응답이 57.2%이고 이전보다 나빠졌다는 답변이 8.9%란다. 좋아졌다고 응답한 33.9%에 대한 언급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잘된 일이란 답변이 64.2%였다는 사실도 물론 쑥 빼 먹었다. 차이 없다는 것과 합하면 무려 91.1%라는 수치는 바뀐 근무제에 대해 거개가 부정적이지 않다는 뜻인데 교묘하게 국민의 눈을 가려 속이려는 의도가 빤하게 보인다. 하여, 여론의 질타를 받을 만 했다.

자영업자의 불경기 탓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90년대 말, 그러니까 IMF 이후 제조업과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불경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 엄연한 사실을 주 52시간 근무제와 앰한 넥타이 부대를 엮어 새삼스럽게 풀어 놓았으니 독자들은 성낼 만도 하다.

그동안 성업을 누리던 심야 영업 상인들의 사정이야 알지만 음주와 환락의 밤거리를 배회해야 정상적인 국민인가? 누가 봐도 현 정부의 정책을 의도적으로 흠집 내자는 취지가 역력한데 국민을 속여 말끝 놀이라도 할 참인가.

정시에 퇴근하고 건전한 여가 생활을 하고 일찍 귀가하여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겠다는데 이런 국민의 정서를 돕지는 못할망정 훼방을 놓다니. 기어이 말꼬리를 잡히고 말다니.

두 해 전 5월로 돌아간다. 임시 공휴일이 지정되어 느닷없는 사흘의 연휴가 주어졌다. 연휴 나흘이면 해외로 나들이를 갈 수도 있고 또는 국내의 풍광 좋은 곳을 찾아 즐기다 올 기회라고 맞장구를 쳐야 마땅했다. 그도 저도 아니면 집에서 쉬면서 마음껏 낮잠을 즐기거나 평소에 미처 하지 못했던 일거리를 찾아내어 개운하게 해치우는 기쁨을 누릴 기회라고 좋아라, 해야 했다.

그러나 연휴 내내 필자뿐 아니라 대다수 국민은 임시공휴일 지정에 대해 괘씸한 마음을 품었다. 중소기업 근로자나 비정규직 근로자, 영세한 자영업자에게는 화중지병인 임시공휴일이고 임금에 이어 휴일까지 양극화를 부추기고 있으니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다시 말하지만, 내수 진작의 일등공신은 서민이다. 서민은 시간이 없어서 돈을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돈을 쓰지 못한다. 이 엄연한 사실은 하늘이 알고 땅도 안다. 자고 나면 신상품이 생기고 외식문화와 놀이 문화가 눈부시게 발달하는 대명천지 밝은 세상에서 최저 임금으로 연명하는 이들은 마른 침만 삼키며 갈급을 한다.

아직도 국민을 속일 수 있다는 언론과 정치인을 향해 눈을 부릅떠야 한다. 다시는 속지 않아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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