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충북정론회 회장·충북대교수

남북화해무드에 비핵화진전이 없다는 것이 걸림돌이지만 열차는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남북공동선언 비준을 두고 4.27 판문점선언으로 인한 총비용이 얼마인지에 대해서 2019년 4,712억원을 2년치 추계로 반영한다고 한다. 기존에 우리가 느꼈던 14조원이란 거액 부담과는 거리가 있는 숫자이다. 또한 일자리위는 임신육아 등의 사유로 일시적 시간제 근로를 하는 정규직은 별도 집계하기로 해 새로운 통계기준이 적용된다고 한다.

통계를 총괄하는 통계청은 독립성, 전문성이 최우선가치로 보장되어야 한다.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을 빌미로 비판의 잣대가 되는 것도 금물이다. 우리가 접하는 통계는 너무 많다. 가계소득동향조사, 제조업경기실사지수, 환율, 코스닥지수, 자영업자의 폐업률, 엥겔지수, 이재민발생수, 이혼율, 만족도 지수, 지역안전지수, 소비자웰빙지수 등등 홍수처럼 밀려왔다 그냥 스쳐지나갈 뿐이다.

소득분배지표의 악화에 대한 갑론을박이 일어나는 것도, 언론이든 정치권이든 제 입맛대로 해석하고 논평하는 것도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자의적 해석이다. 수치에 집착하면 조작하게 되나 결국 실체가 드러난다. 통계는 조작할 수 있지만 현실을 조작할 수 없다는 말이 피부에 와닿는다. 사실이 아니겠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수장을 경질했다는 것은 성급한 생각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지난정권의 무분별한 공무원 증원과 연금수급자의 증가로 재정이 파탄나자 정부부처조직을 대폭 축소조정하고 향후 재정지출을 30% 줄이는 긴축안을 발표했다. IMF구제금융 신청은 국가부도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긴 하나 이전에 추진한 정부정책에 기인한 것이기에 우리의 현실과 너무 흡사하다. 정부는 세금을 쏟아부어 경기를 부양하고 복지를 확대했으며, 일자리확대 명분으로 공무원 수를 2배 늘린 결과 연금수급자의 증가로 늘어나는 재정부담을 화폐를 찍어 충당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초래했다.

결국 물가상승률이 연 30%가 넘었지만 평균 10%라고 발표했고, 빈곤에서 해방되었다고 자처하면서 빈곤통계집계를 아예 중단시켜 버렸다. 지난 10년간 2배 늘려온 복지와 연금지출, 과도한 공무원 증원부담으로 스스로 좌초한 것이다. 현실을 망각한 채 분수에 맞지 않는 정책으로 통계를 왜곡해온 눈속임이 드러나 파국을 맞은 것이다.

그리스는 EU가입을 위해 재정적자규모를 축소하였다가 통계조작이 드러나 국가신용등급이 추락했고 국채가격과 주가도 동반 폭락했고 그 결과 부도직전에 몰려 구제금융대가로 강도 높은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감내해야 했다. 베네수엘라의 물가상승률 1/2 축소사건, 자금지원요청을 위한 개발도상국의 경제성과 통계조작 등도 한 예이다.

결국 국민들은 정부의 통계를 불신하게 되어 현금을 장롱에 쌓아두거나 달러로 바꿔 침대에 숨겨놓는 불신의 시대로 접어들게 되며 망국의 길로 가게될 것이다. 자기 아집과 입맛대로 통계를 왜곡하면 결국 국민이 불행해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신뢰성있고 회계책임성(Accountability)이 보장되는 전문가가 장수하는 프랑스가 부럽기도 하다. 자의적 조작에 의한 통계에 기반한 국가정책으로 사상누각이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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