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립미술관, 30일까지 '내일의 미술가들 2018'展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충북 청주시립미술관이 '내일의 미술가들 2018'展을 열고 있다.
청주시립미술관 개관 후 지난해 처음 시작된 '내일의 미술가들'展은 청주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청년 작가들의 전시를 지원함으로써 지역 미술을 활성화해 지역 미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한 연례 기획 전시다.

2회째인 올해는 청주를 연고로 현대미술 분야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 일곱 명을 선정했다. 설치미술 분야의 고정원, 회화의 림배지희·임성수·최재영·최현석, 영상의 오현경, 조각의 황학삼이다. 기존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면서도 내용과 설치, 재료 등에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주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버려진 것, 사라진 것에 대한 관심, 두려움과 불안함 등 작가들 각자의 삶과 예술에 대한 독특한 관점의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최재영은 내면의 불안과 걱정을 동물의 사체, 고기 등 덩어리진 이미지로 나타내고 그 안에 숨겨진 욕망을 표현한다.
그의 화면은 내면의 풍경과 동시에 살아가면서 보게 되는 외적 풍경들을 동시에 보여준다.
비좁은 닭장과 그 안에 갇혀있는 닭을 그린 작업 '가득한 텅 빈' 시리즈와 괴기스럽게 보이는 덩어리 이미지의 작업 '덩어리' 시리즈 등을 통해 꿈과 현실 및 의식과 무의식의 연관 관계와 시간성을 보여준다.

황학삼은 불안정한 모습과 불안한 감정을 형상화하는 인체 조각상을 만들어 왔다.
고요 속에서 침묵하고 있는 웅크린 형상의 인체 작업 'Mute' 시리즈는 이번 작업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인간과 땅을 바라보는 두 인간상을 대비시키고 굳건하게 일어선 거대한 인간상으로 스케일에 변화를 줬으며 표면을 어둡고 거칠게 표현, 강인한 인간 존재의 생명력을 구현하고 있다.
재미있고 쉬운 만화 같은 이미지들로 그려져 있는 임성수의 작업은 주로 작가가 만든 캐릭터들이 등장해 각각의 작품들이 개별적 서사를 가지게 된다.

'Magnetic Head', 'Gone Boy' 등 다양한 이름을 가진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캐릭터들을 통해 상상 속의 체험이나 현실의 이면에 묻혀있을 법한 상황들을 자신 만의 스타일로 만들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하는 중의적 장치들을 삽입한다.

전통회화를 중심으로 현대미술의 또 다른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는 최현석은 작자 미상으로 남겨진 기록화, 고지도, 풍속화, 민화, 수묵 등을 포함한 세속화들 속에서 나름 현대미술로서의 순수한 가능성을 재차 확인하며 오늘날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낼 수 있도록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군자를 재현해 관객이 참여하는 방식에 따라 작품의 변화를 경험하게 하는 작업을 시도한다.
전통 동양화에서 봐왔던 '매난국죽'은 열을 가하면 신기루처럼 이미지가 사라진다.

고정원의 작업은 현대사회에서 소비의 가속화로 인해 무분별하게 쓰이고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연민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점차 기능을 상실한 간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으며 그것이 버려진 이유에서 시작해 사회의 구조 혹은 자본주의 소비 체계에 관심을 갖고 그것들을 작업으로 풀어낸다.
언어의 형태처럼 보이지만 읽히지 않는 텍스트 작업인 'Bla Bla'와 폐간판들을 재배열한 '불편한 타이밍'은 관람객의 소리에 반응, 이미지가 구현된다.

오현경은 하나의 사건이 사라지고 다시 생성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간의 흔적에 관심을 갖고 탐구한다.
과거 충주댐 공사로 인해 수몰된 옛 단양 단성면의 기억과 4대강 마지막 사업이었던 영주 다목적댐 공사로 인해 수몰된 지역을 기록하고 이야기들을 수집, 촬영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보여준다.
와은 장위항이 지은 고전 시 운포구곡가를 통해 과거와 현재의 풍경을 보여주는 작품 '운포구곡가'와 영주댐 공사가 시작됐을 때부터 그곳에서 일하던 우체부의 말들로 구성된 '수취인불명' 등 두 개의 영상을 통해 풍경의 재현 불가능성을 이야기한다.

림배지희는 타인과의 대화 중 발설하지 못 하고 삼켜버린 말들에 표정을 담아 그린다.
삼켜버린 말들은 소멸되지 않고 하나의 혼(魂)이 돼 대기 중에 부유한다는 가설을 세운 다음 대상을 바라보며 삼켜버린 혼의 수가 많아지면서 생겨나는 에피소드를 풍경이나 상황, 사물 등에 대입시켜 단편적·허구적으로 묘사한 작업을 하고 있다.
무의미한 것들이 쌓였다가 부서져 버리는 감정의 변화를, 얇은 한지를 중첩하고 무채색의 어두움으로 표현한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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