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취재단=이득수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겠다고 육성으로 말하는 모습이 전세계로 생중계됐다. 

김 위원장이 국제사회가 보는 앞에서 처음으로 보여준 ‘비핵화 의지 육성 발표’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평양을 첫 방문한 남측 대북특사단에게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비핵화 의향을 처음으로 밝힌 바 있다. 이후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인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도 ‘완전한 비핵화’가 명문화되기는 했으나,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는 제3자를 통해 ‘한 단계 건너’ 전해지거나 문서에 명시되는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전달됐을 뿐 육성으로 표명한 적은 없었다.

라이브 육성으로 비핵화 의지가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에서 신년사나 중요 행사 연설 등을 통해 드물게 공개되는 최고지도자의 육성은 확고한 권위를 지닌다는 점을 비춰볼 때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그의 비핵화 의지를 입증할 확실한 준거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그 내용은 기대에 크게 미흡하다. 김 위원장이 직접 핵보유국을 선언할 정도로 핵 무기 개발이 완료된 상황에서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이나 풍계리 핵실험장, 영변 핵시설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가 북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입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전제조건이 달려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리스트와 핵폐기 일정표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북과 서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