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김재영 전 청주고교장·칼럼니스트]  최근 들어 대화 과정에서 시비(是非)가 생겨 폭행 사건이 발생하고 때로는 살인으로 이어지는 불행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여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로 가정에서는 가족들과 대화로 하루가 시작되고, 이웃 간에도 대화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며, 국가 간에도 얽긴 문제들을 대화로 풀어가며 국익을 챙긴다. 인간관계에서 대화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채근담(菜根譚)에 이르기를 "한 가지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마디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하여 말을 조심하기를 이르고 있다.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부모의 동생에 대한 편애와 상처를 주는 말로 인해 형이 어린 동생을 살해한 끔찍한 살인 사건의 신문기사가 떠오른다. "군주(君主)의 말이 한 번 떨어지면 취소하기 어려움이 마치 땀이 다시 몸 속으로 들어갈 수 없음과 같다"는 윤언여한(綸言如汗)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준다. 학술적인 한 통계에 의하면 보통 사람은 생활하면서 말을 듣는 일이 45%, 말을 하는 일이 30%라고 한다. 대화의 기법에서 귀는 둘이고, 입은 하나로 말은 적게 하고 듣기에 힘쓰기를 권하고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꿈 많은 청소년기에 학생들은 저마다 선생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 카네기는 "아홉 가지 꾸짖을 일을 찾아 꾸짖기보다 한 가지 칭찬할 일을 찾아 칭찬해주는 것이 그 사람을 개선하는데 유효하다"고 하여 칭찬이 인간관계에 있어서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무심코 던진 선생님의 한 마디는 상처가 되어 평생토록 남게 되기도 하고, 학생에게 주는 선생님의 격려의 한마디는 학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불러일으켜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청주고 교사시절에 시험이 끝나면 학생들과 상담을 하며 진로문제 등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 날 교감선생님이 부르시어 말씀하시길 학부모께서 말씀하시길 담임선생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달라는 전갈이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늦은 시간인데도 아들이 잠을 자지 않기에 물어보니 담임이 오늘 상담 중에 가능성이 있다고 열심이 공부하라는 말씀에 기분이 좋아 공부를 하고 있는 중이었단다. 그 날도 학생들에 따라서 진로문제나 성적, 능력 등을 종합해서 격려해주고 대화를 나누었을 뿐인데 '가능성이 있다'는 담임의 한마디가 학생에게 용기를 북돋아주는 계기가 되었다.

부모나 선생님은 학생들이 50등에서 51등이 되었을 때 꾸짖기보다 50등에서 49등이 되었을 때 격려해주도록 노력하고 생업에 바쁘시겠지만 자녀와 외식이라도 함께 하면 자녀에게 학습 의욕을 돋우어 주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삼사일언(三思一言)이라고 하지 않는가? 신중히 생각하여 말을 하고 행동한다면 설화(舌禍)는 피하며 살아가리라. 청소년기의 부모나 선생님이 던진 한 마디의 말은 그들에게 꿈을 심어주기도하고 좌절하여 학업을 망치게도 한다. 한 마디 말로 인간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 있는 대화의 기법을 익혀봄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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