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원 전 언론인

 

[김종원 전 언론인] 최근 언론과 정치에 해박한 충청권 원로분과 대화를 하다가, '정치 리더는 어떤 사람인지요'라는 물음을 던졌다. 
그는 "리더는 본인이 생각한 철학과 원칙을 실천하는 사람"이라면서 "그런데, 그 실천이 전혀 강제적으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인이 된 충청권 대표적 정치인 김종필 전 총리에 대한 평가에서도 "자신이 뜻한 바를 실천하는데 있어서 (구성원들에게)강요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론과 협상을 통해 자신이 뜻한 바를 관철했다"고 촌평했다. 
원로분의 말을 듣고서 곰곰이 생각하니, 맞다. 
정치인뿐만이 아니다. 경제 문화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리더들의 통솔력도 이와 비슷하다. 진정한 통솔력은 강제하는 권력에서 나오지 않는다. 진정한 통솔력은 통솔을 받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를 수용할 때 생기는 것이다.
대화를 나눈 충청권 원로분은 "정치현안에 대한 여러 논의가 있다고 치자. 권력자인 리더는 본인 생각이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 걸 바로 표현하면 반발도 있고 찬성도 있다. 권력자 의견에 대한 찬반이 이뤄지면 절반은 실패한 것이다. 권력자 의견에 대한 찬반이 갈렸다는 것은 권력자에 대한 찬반이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한다.
권력자인 리더는 자신이 관철하고자 하는 방향을 먼저 제시하지 않는다.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 원래 자신이 관철하고자 했던 방향을 이끈다. 이 과정에서 리더는 민주적 절차를 수행한 공평한 권력자가 된다. 최고로 좋은 점은 권력에 상처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권력에 상처 받지 않는다는 것은 권력자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런 것이다.
역사적으로 성공한 리더인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은 확고한 철학과 원칙을 중시했다.
이들은 결코 토론과 협상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더 많은 토론을 했다. 자신들의 방향이 분명히 있었지만, 이를 강요하지도 않았다. 조직 내부에서 토론과 협상을 통해 결과물을 찾아냈다. 
물론 그 결과물은 리더들이 생각한 것과 같은 방향이었지만. 많은 토론과 협상을 통해 도출된 결과는 일방통행식으로 결정된 결과와 '결과는 같을지 모르나 결과 이후에 나타날' 지속성에선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방통행식으로 결정된 결과는 아주 좋은 성과가 있더라도, 아마도 결정을 내린 그 권력자가 권력에서 사라지면 함께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리더를 비롯한 각 분야 지도자들은 사회를 제대로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철학과 원칙으로 무장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적당한 절차를 밟아 자신의 뜻을 관철해야 한다. 
고인이 된 김 전 총리는 생전에 '가는 사람 안 붙잡고 오는 사람 안 막 는다'는 수사를 남겼다. 생각해 보면, 자유의지에 따른 정치활동을 말한 것 아닐까. 편 가르기 정치를 하지 말고 상호 타협과 협상에 따라 최선의 방책을 찾으라는 것 아닐까.
정기국회가 이제 본격화 되는 시점에서 정치리더들의 진정한 리더십을 제대로 맛보고 싶다.
여야 대표들 모두 파이팅 하시길!

저작권자 © 충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