죠리퐁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 과자는 마음이다·윤영달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광화문 광장에서 눈뭉치를 조각하고, 버려진 과자 박스로 예술 작품을 만들고,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서 판소리·가곡·종묘제례악을 공연하며 모임에선 자작시를 낭송한다.

조각가나 국악인, 시인과 같은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제과 회사 크라운해태제과 임직원들의 이야기다.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이며 한국인들이 즐겨 먹는 과자인 '죠리퐁'과 '버터와플'의 발명자인 저자는 그렇게 크라운해태제과를 예술 지능(AQ : ARTISTIC QUOTIENT)으로 무장한 '창조자 집단'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이 책은 50년 간 과자에 빠져 산 저자가 크라운제과의 경영 위기를 경험한 뒤 북한산에 올랐다가 대금 소리를 듣고 음악의 치유 기능에 눈뜨면서 시작된 예술경영의 이야기를 담은 자전(自傳)이자 경영 에세이다. 시간 순으로 사건을 나열한 기존 최고 경영자와 대기업 창업주들의 자서전과 달리 인생의 시기별로 8개의 키워드에 따라 자신이 겪은 삶의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다. '줄탁동시', '선택 후 집중', '몰입', '목계', '심부재언 시이불견', '몸과 마음에 배어들게 하라', '등고산해야 망사해할 수 있다', '동락'의 8개 키워드는 윤 회장이 50년 가까이 기업 경영자로 활동하면서 인생과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덕목으로 추출한 것들이다.

크라운해태제과의 대표적 과자인 '크라운산도', '죠리퐁', '버터와플' 등의 개발 비화를 담은 '과자이야기'와 저자가 경영 일선에서 체득한 인재론인 '구궁인재론'(九宮人財論)도 수록했다.

이 중 죠리퐁의 개발 일화는 자뭇 흥미롭다.

어릴 적 꿈이 자전거 가게 주인이었을 정도로 기계에 관심이 많았던 저자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22세의 나이에 월간 문예지인 '문학'을 창간한 문학청년이기도 했다.

그런 그는 유학 시절 미국인들이 즐겨 먹던 시리얼을 보고 죠리퐁을 구상하게 된다.

시리얼을 만들 정도의 기술력과 자본이 없던 1960년대 한국의 현실에 주목했던 그는 한국의 과자인 뻥튀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죠리퐁 개발에 착수한다. 옥수수부터 보리와 팥, 율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곡물로 실험을 거듭한 끝에 밀쌀이 건강에 좋으면서 잘 튀겨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튀긴 밀쌀에 고온의 설탕물을 골고루 묻히는 기계를 발명한다. 1963년 시판된 이래 45년째 사랑받고 있는 죠리퐁은 그렇게 태어났다.

저자가 크라운제과의 부도 위기를 크로스마케팅이라는 창조적 경영 기법으로 이겨내고 해태제과를 인수하기까지의 시간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통 속에서 저자는 과자를 '꿈의 매개체'로 새롭게 정의하고 자신을 포함해 이를 생산하는 크라운해태직원들이 '창조자'로 변모할 수 있는 길을 찾아냈다.

그리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의 이런 꿈을 위해 끊임없이 전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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