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근 변호사

 

[오원근 변호사] 지난주 긴 추석 명절 휴가가 지났다. 많은 분들이 즐거운 한가위 보내라고 덕담을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 대표적인 이유가 여자가 남편의 친가에 가 제사를 지내는 것을 둘러싼 갈등이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2016년 접수된 이혼신청은 10만 8,880건으로 하루 평균 298건인데, 설날과 추석 이후 열흘간은 하루 평균 약 577건으로 평상시의 2배에 육박한다. 즐거워야 한다고 말하는 명절이 상당수 사람들에게는 고통으로 다가가는 것이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고통의 바닥에는 아주 오래 전부터 굳어져 내려온 가족 내 남녀차별의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어떠했는지, 그 법적인 변천사를 훑어보자.

과거 민법에서 동성동본은 혼인할 수 없었는데, 여기서도 남녀차별이 있었다. 나와 장모님은 동성동본임에도 처가 나와 성과 본이 달라 혼인이 가능했다. 그런데 만일 내가 장인어른과 동성동본이었다면 처와도 동성동본이 되기 때문에 혼인은 불가능하였다. 처의 아버지가 같은 혈족이면 결혼할 수 없고, 처의 어머니가 같은 혈족이면 결혼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던 것이다.

2005년 민법 개정으로 호주제가 폐지되기 전에는 혼인을 하면 처는 남편의 가에 입적하고, 부부의 동거 장소도 남편의 주소에서 하도록 하였다. 친권을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하게 된 것도 1977년 개정을 통해서니, 40년밖에 되지 않았다. 재산상속은 더 큰 문제였다. 1958년 제정된 민법은 같은 순위의 상속인들 사이에 상속분은 균분으로 하면서도, 재산상속인이 호주상속을 하면 그 고유의 상속분에 1/2을 더하고, 여자의 상속분은 남자의 1/2로, 동일 호적 내에 없는 여자(시집간 여자)의 상속분은 남자의 1/4이었다. 호주상속을 한 남자와 출가외인 사이의 상속분에 6배나 차이가 났던 것이다. 이런 불합리는 1977년, 1990년 개정으로 완전히 해소되었다.

배우자 일방이 사망한 경우에도 직계비속이 없을 때 차별이 있었는데, 남편은 처 사망 시 장인·장모는 제쳐두고 단독상속을 하는 것에 반해, 처는 남편 사망 시 남편의 재산을 시부모와 공동으로 상속하였다. 이러한 불평등도 1977년, 1990년 개정으로 배우자는 남녀 구별 없이 직계비속이나 직계존속의 상속분에 1/2을 가산하도록 바뀌었다. 여자가 종중의 구성원이 되어 종중 재산에 대해 권리를 갖게 된 것도 2005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서다. 여자들은 가족법 상 남자와 대등한 지위를 갖는데 참으로 지난한 싸움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가족법 제도상으로는 남녀 간의 평등이 거의 다 이루어졌고 실제 현실에서도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남아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명절 때 여성들이 남편의 본가에 가 차례를 지내는 것이다. 이미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면, 억지로 입기보다는 다른 방법으로 서로 간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성별, 나이, 재산, 장애, 인종 등을 떠난 인간의 존엄과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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