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주부들 과로사로 죽는다며?"

직장 다니는 친구가 전업주부인 내게 농담조로 건네는 말이다. 그 말속엔 긍정적이기보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담겨있는 것 같다.

틀린 말은 아니다. 요즘 전업주부들은 바쁘다. 마음만 먹으면 각종 기관에서 실비로 무엇이든 배울 수 있다. 내가 퓨전요리를 배우고 있는 곳엔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온 젊은 주부들이 많다. 옷 수선, 미용, 간병사, 독서지도사 프로그램은 경쟁이 치열하다. 이따금 봉사활동을 하고 시댁 행사에 참석하기도 한다. 시댁 일에 직장여성이 불참하면 용서되지만, 전업주부가 불참하면 못된 며느리가 된다. 전업주부에게도 개인적인 일이 있을 수 있고, 몸이 아플 수도 있는데 배려되지 않는다. 그만큼 직장여성보다 값(대우)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더욱 슬픈 것은 '과로사로 죽는다며?' 뜻 속엔 불황 모르는 모텔과 연관을 짓는데 있다. 전업주부는 한남자의 아내며 자녀의 어미이기 전 자신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딸이다. 한때 묻지마 관광이며 캬바레의 여성들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헌데 그 안에 꼭 전업주부만 있으란 법은 없다. 직장에 나가지 않는다고 싸잡아 문제시 하는 것은 내 어머니 내 누이, 내 자매를 욕하는 것이다.

예수가 죄 많은 인간을 위해 십자가를 진 것은 자신의 죄 때문이 아니었다. 누군가 지어야 할 십자가를 예수는 사랑으로 진 것이다. 전업주부 역할 역시 사랑 없인 할 수 없는 일이다. 농담도 골라서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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