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에 의한 도시공간 형성

우리 도시가 전문적인 지식의 도시계획가나 건축가에 의해 이뤄진 것은불과 얼마 되지 않은 현상이다. 대다수의 정주환경은 한 지역의 역사나 문화를 배경으로 관습적 축조술(tectonic)에 의한 민중적 소산(civil artifacts)으로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서구의 역사문화적인 도시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곳들이 이러한 도시형성의 기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근간을 이루는 것이 당시 주민의 도시공간 형성에 대한 참여적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현재의 도시계획에서 주민참여의 개념과 기본적인 괘를 같이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많은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기본적으로 역사적 개념에서는 철저한 주민자치적인 성격으로 현대의 관위주나 혹은 행정적 뒷받침에 의한 수동적(의식적) 접근이 아닌 한 지역에 살아오면서 대를 이어 잠재해온 능동적(무의식적)이고 습관적 행동의 결과로 인한 것이 다른 점이다.

도시나 정주환경의 규모로 인해 한계적이기는 하지만 도시공간의 형성과 공공 공간의 구성에 대한 일반적인 사고는 기존의 공간 구성의 틀을 깨거나 거슬리지 않도록 개별개발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역사적인 사례로 이스람계획의 경우 현대 도시계획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는 데 그 중에서 주민 참여에 의한 도시공간형성이 매우 특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보통 10가지의 계획적 특성 중에서 주민들이 기본적으로 고려해야하는 3가지 원칙을 언급하고 있는 데 첫째는 위해성(harm)으로 주변의 사람이나 환경 그리고 도시공간구성의 원칙에 해가 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둘째는 상호성(interdependence)으로 개인의 개발은 주변의 시설이나 공간과 유기적인 형태가 되도록 해야 하며, 셋째는 선개발시설의 우선권(original usuage)으로 가장 핵심적인 항목으로 이해되고 있다. 이 개념은 주민들이 새로운 시설이나 공간활용을 할 때 먼저 지어진 것에 대한 우선권을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사생활보호를 위해 대문이나 창문을 서로 마주 보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한다.

이를 위해 서로간의 협조는 물론 사전조율을 걸쳐 조직적이지는 않지만 관습적으로 진행한다. 이러한 개념은 새로운 부지구입에서도 나타나는 데 시장원리에 의해 아무나 구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이웃의 거리정도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 이는 지구나 지역의 공간 동질성을 유지할 수 있데 할 뿐만 아니라 커뮤니티의 형성을 더욱 확고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공공 공간 형성과 관리에서는 느슨한 자율성이 좀 더 강한 조직적 형태로 나타나 커뮤니티의 진입공간이나 중심 공간에 대한 주민의 구심적 역할은 물론 지역의 색채나 담장형태, 창문 장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자신들의 공간과 정주환경을 꾸미고 있다.
공공공간의 위치나 규모에 따라 조직의 성격과 추진방향이 다르며, 식재나 색채에 관한 것은 매년 정례적인 모임에서 결정되곤 한다.

이런 공공성 공간구성의 경우 지역의 가로별 혹은 소권역별 회합을 통해 자율적으로 결정되며 주변지역과 차별을 보이게 하기 위한 노력들이 경쟁적으로 전개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지역의 특성을 가지면서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살기 좋은 삶터를 만들기 위해 주민은 주인의식을 가지면서 도시만들기의 주도적이고 자치적인 역할을 담당하여야 하고 전문가들은 그런 주민들과 함께 보조자로서 의견조율과 방법론적 기술에 대한 조언을 그리고 행정은 제도적 틀속에서 재원이나 절차에 관한 진행을 담당하면서 세 개의 축을 이루면서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일반적으로 한축중심으로만 운영되고 있어 이에 대한 균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 황재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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