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일보 사설] 내일(10월9일)은 572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한글날은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세종실록'에는 1446년(세종 28년) 음력 9월에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것으로 쓰여 있다.

이를 근거로 1926년 지금 한글 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와 신민사가 당시 음력 9월의 마지막 날인 음력 9월 29일(양력 11월 4일)에 훈민정음 반포 여덟 회갑(48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지고, 이 날을 '가갸글'이라는 그때 한글의 이름에 따라 1회 '가갸날'이라고 했다. 

국어학자인 주시경 선생이 '한글'이라는 이름을 지은 뒤인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한글은 우리나라 젊은 가수들의 활약에 힘입어 그 위상은 세계적으로 뻗어 나가고 있다.

우리글을 배우고 있고 배우려는 세계의 젊은이들을 보면 격세지감이다.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도입하기도 했다.

이런 한글의 최대 위기는 역시 일제강점기였다. 
일제는 1937년 중국으로 전쟁을 확대하면서 조선에 대한 말살정책을 본격화했다. 1938년 이후 부분적으로 시행되던 조선어 교육마저 폐지하고, 일본어의 사용을 강제해 언어말살을 꾀했다. 

한글로 된 신문과 잡지를 전면 폐간시켰으며, '조선어학회' 사건을 조작해 조선어학회 간부들을 모두 잡아들였다.

황국신민화정책을 실시해 조선인이 대일본제국의 신민이 될 것과 일본 덴노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는 한편 징병·징용 등도 강제했다.

창씨개명을 강요하고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한글과 우리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극심한 탄압을 가했다. 

극도의 민족·언어 말살정책은 침략전쟁의 발판으로 조선민족의 저항을 초기부터 차단하고, 끝까지 전쟁협력을 강요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됐다.

최근 일본은 10~14일 제주 해군기지에서 열리는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군국주의와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旭日旗)를 게양한 함정을 참가시킨다고 해 논란이 됐다.

우리 정부가 여러 통로로 욱일기 게양 불가 입장을 전달한 데 이어 한국민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일본이 스스로 불참을 결정한 것이다.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 시절 일본군이 사용하던 군기로 침략의 상징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식민지배를 받은 우리 국민으로선 욱일기 게양에 거부감이 강하다. 더욱이 일본 우익이 혐한(嫌韓) 시위 때마다 욱일기를 치켜들어 반감을 더 한다. 

이런 욱일기를 일본 군함이 자국의 해상자위대기라는 이유로 국내 입항할 때 게양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에 욱일기를 달지 말라는 우리정부의 요청을 거부했던 일본은 끝내 이번 행사에 불참한다고 지난 5일 공식 발표했다.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대표적 사례다.

2005년 미국 메릴랜드주 조지타운 데이스쿨 11학년인 한인 2세 여고생 이미한양은 전국 에세이 콘테스트에서 일제 때 한글사전을 편찬하려다 투옥된 외증조부(정인승 박사)의 사례를 통해 일본의 한글말살 정책을 생생하게 비판하는 내용으로 많은 감동을 전했다.

올해 한글날에도 우리의 글을 사랑하자는 많은 행사들이 열릴 예정이다.

'한글'과 '광복'의 의미를 되새기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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